[강북삼성병원] 불안한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중 7명이 한해 동안 불안장애를 경험하고, 그 수는 24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2011년 정신질환 역학 실태조사 참조). 불안장애수준은 아니더라도 사실 일상생활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의 수는 훨씬 더 많다. 불안의 내용도 취업불안, 육아불안, 관계불안, 업무불안, 학업불안, 주거불안, 노후불안 등등 정말 다양해서 "삶은 고해다"라는 스캇 펙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불안하면 우리는 그것을 떨치기 위해 행동(action)을 하게 된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흔드는 행동부터 심하면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며, 극단적 행동을 하게 되는 정도까지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를 잘 내고, 자살률이 높은 것도 어쩌면 불안이 높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럼,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이 불안한 걸까?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은 여파가 남아있어서 일 수도 있겠고, 그 외에도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현대인의 불안의 원인에 대한 인상 깊은 견해 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첫번째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성취주의가 현대인의 불안의 원인이라는 견해이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은 신분제가 엄격했던 시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로 동정을 받았으나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실패한 사람들"로 간주되어 비난을 받으므로 실패에 대한 불안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상담하고 있는 입장에서 참으로 공감 가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잘 해내지 못해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 승진에 대한 압박감, 팀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 느끼는 좌절감,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러한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지. 알던 사람이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고, 토지개발로 땅부자가 되었다고, 국가에서 주는 큰 상을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반갑기보다 속이 상한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다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비교하고, 내가 지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지 않던가.
두번째는 "사람에게는 거울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한 정신분석가 코허트(Kohut)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건강한 자기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 그것을 인정해주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자기반사대상(mirroring self object)"이라고 한다. 어릴 때는 부모가 그런 역할을 하지만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는 이런 자기 반사 대상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그러다 보니 쉽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나는 무능하다", "나는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부정적 생각으로 이어져 불안해지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위의 두 견해에 비추어 보면 결국 비교를 삼가고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자기반사대상을 찾는 것이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한 방송사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서구인과는 달리 한국인의 뇌는 늘 비교하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비교와 불안이 습관이 된 뇌를 달랠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나는 "지금-여기에(Here and Now)" 집중하기를 권하고 싶다. '사자에게 쫓기는 토끼'를 생각해 보자. 당장 나를 쫓고 있는 '사자'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사자가 당장 쫓아오고 있지도 않은데 걱정을 하며 먹지도 쉬지도 않고 계속 뛰어다니는 것이라면 결국 지치고 영양실조로 죽게 될 것이 아닌가. 이때는 비현실적인 불안에서 벗어나 "현실(지금-여기)"로 돌아와야 한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살아서 숨쉬고 있음과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그들과 함께 교감을 나누면서 나의 내면과 인격적 성숙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오랫동안 정신의학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온 연구에서 확인된 바로서 행복한 인생의 비결은 돈, 명예, 인기, 건강이 아니라 '성숙한 인격'과 '친밀한 관계'가 핵심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신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OECD 국가 사람들은 평균 90%가 그렇다고 답했고, 우리나라는 77%만이 그렇다라고 해 공동체 의식이 세계 꼴찌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1/3은 힘들어도 기댈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니 그래서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것이 아닐까…행복해지기 위해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을 던지고, 주변을 살펴보면 어떨까? 그것이 불안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불안을 낮추고 "지금-여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호흡이완법
① 의자에 편안히 앉아 오른손은 가슴에, 왼손은 배에 얹는다.
②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멈추었다가 입으로 "후"하고 숨을 내뱉는다. 숨쉴 때 왼손을 얹은 배가 부풀었다가 꺼지는 느낌을 느끼면서 복식호흡을 하도록 한다.
③ 천천히 자연스럽게 호흡하도록 하고 일부러 호흡을 조절하려 애쓰지 않도록 한다.
④ 눈을 감고 편안히 2분 정도 복식호흡을 지속한다. 하루 6회 정도 틈틈이 해준다.
칼럼니스트 : 임상조교수 최정미(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