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역에서
진사 홍도석
기적소리 처량한
산골짝 무명 역
애절한 사연이 담긴
완행열차의 작은 쉼터
산나물 꺾어 분갑 한 통
촌닭 팔아 막걸리 한잔에
이슥히 내린 고운 달빛
안방의 호롱불이 되고
시린 추억 실어나르며
철길보다 더 녹슨 그리움 안고
50년 순명으로 별이 된 폐역
철마는 무거운 침묵에 잠들고
핏줄끊긴 아픈 자리엔
살랑대는 코스모스의 애잔한 유혹
말쑥하게 단장한
메밀꽃 꽃길 따라
상처를 닦는 사랑의 꽃마차
구름 위를 나는 듯
연인들의 거친 숨소리
호랑이굴에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