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광양·구례·하동 3개 시·군 400여명…영호남 화합 줄다리기 성료
섬진강 변을 하얗게 수놓은 매화(梅花)가 절정을 이룬 18일 낮 1시 30분 광양·구례·하동 등 영호남 3개 시·군의 접경지 남도대교.
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섬진강의 사이에 둔 이웃사촌 광양사람과 구례사람 그리고 하동사람이 속속 모여들어 남도대교는 오색의 물결로 일렁였다.
3개 시·군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웃사촌 주민 간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영호남 화합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다.
영호남 화합 줄다리기는 작년 여름 제1회 알프스 하동 섬진강 재첩축제 대표프로그램의 하나로 섬진교에서 광양시와 하동군이 첫 행사를 가진 이후 올해부터 3개 시·군 교류행사로 확대한데 따른 것.
이번 3개 시·군의 첫 교류행사에는 정현복 광양시장·서기동 구례군수·윤상기 하동군수 등 3개 시장·군수를 비롯해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 유관기관·단체장, 주민, 초청인사, 행사진행요원 등 400여명이 함께했다.
제19회 광양매화축제 개막에 맞춰 광양시 주관으로 진행한 이날 행사는 영호남 화합 용지큰줄다리기.
용지큰줄다리기는 1643년 김여익(金汝翼) 공이 세계 최초로 김 양식법을 개발해 김의 원산지가 된 광양시 태인동 용지마을에서 주민의 안녕과 김의 풍작을 기원하고자 매월 정월 대보름날에 치러진 전통 민속놀이다.
낮 2시 용지큰줄다리기보존회 행사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줄다리기에 참여한 3개 시·군 주민 300명이 150명씩 청·백팀으로 나눠 농악팀과 함께 남도대교 입구 양쪽에서 다리 가운데로 모여 들었다.
이어 다리 한복판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늘어트린 큰 줄을 사이에 두고 길놀이와 진잡이를 한 뒤 청·백팀의 줄을 잇는 ‘고걸이’를 하면서 참가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고걸기를 한 뒤 용지큰줄다리기보존회 행사요원 40명이 역시 20명씩 청·백팀으로 나뉘어 맨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큰 줄을 잡은 주민들이 줄 소리꾼의 선창에 맞춰 큰 소리로 ‘우이예 헤∼에’를 외치며 줄을 당기면서 행사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줄다리기를 하는 주변에는 양팀을 응원하는 오색의 깃발과 만장 등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마침내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팽팽하던 줄이 한쪽으로 기울고 승패가 가려지자 이긴 팀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겨운 한마당 잔치를 벌이고, 진 팀은 땅에 주저앉아 신발로 땅을 치며 통곡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번 줄다리기는 시·군 대항전이 아니라 3개 시·군 주민들이 한데 뒤섞어 팀을 나누고 몸을 서로 부대기면서 화합의 줄을 당김으로써 승패를 떠나 ‘영호남 상생 발전’이라는 한마음 한뜻이 되기에 충분했다.
줄다리기가 끝나고 정현복 시장이 내년 주관 자치단체인 서기동 군수에게 영호남 화합기를 전달하고 다 함께 즐기는 농악놀이를 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윤상기 군수는 “매화 향 가득한 남도대교에서 3개 시·군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화합의 장을 펼친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행사를 계속 이어가 3개 시·군의 상생 발전과 섬진강 시대를 활짝 여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섬진교에서 치러진 광양·하동 줄다리기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며 영호남 화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자 올해부터 광양매화축제·구례 산수유축제·하동화개장터 벚꽃축제에 맞춰 돌아가며 영호남 화합 줄다리기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