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요즘들어 먹기만 하면 토해요. 실은 살이 찔까봐 잘 먹지를 않거든요. 남들은 날씬하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땐 그렇지가 않아요. 저는 쉽게 살이 찌거든요. 그래서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해요.
특히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살이 많이 쪘어요. 가뜩이나 고 3이 되면 살이 많이 찐다고 하는데...그리고 요즘 제 친구들은 다 날씬하거든요. 그래서 실은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고 1 여름 때부터 밥도 거의 안먹고 군것질도 거의 안하고 아무튼 잘 안 먹었어요. 하루에 줄넘기도 1,000번씩은 했어요. 거울에 비친 통통한 모습이 너무 싫었거든요. 다이어트를 시작하고서 두달 정도 되니까 7kg 정도 살이 빠지긴 했어요.
하지만 언제 또 찔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계속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많이 먹었다 싶으면 억지로 토하기도 하고 껌이라도 씹었어요. 배가 고프면 뻥튀기 같은 걸 먹고요. 그리고 긴장이 풀리면 안되니까 매일 몸무게를 재었어요. 조금이라도 체중이 늘면 밥도 안먹고 줄넘기를 한다던가, 뛰기도 하고요. 학교에 다닐 때는 좀 힘들긴 해요. 엄마도 안 먹는다고 걱정을 많이 하시지만 그래도 살찌는 건 정말 싫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생긴 습관 중에 하나는 먹기만 하면 손가락을 집어 넣고 토하고 그런다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게 되요. 화장실로 달려가거나 아니면 집에 가서라도 억지로 토하곤 해요. 혹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
답변) 아름다운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의 바램일 것이예요. 최근 우리 사회는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너나 할 것 없이 "날씬병"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봐도 뚱뚱한 사람을 보긴 드물죠. 백화점이나 옷가게에 가도 사이즈가 작은 옷들 뿐이고요.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 특히 살찌는것을 싫어하고 고민하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날씬해지기 위해서 다이어트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시간과 돈을 지나치게 들이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외모에 자신감도 가지고 활기 찬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이어트의 실패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심지어 사람을 접하는 것조차 꺼리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를 얻게 되는 경우도 적지가 않습니다.
사춘기 때의 여학생들, 특히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운동하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하다보니 체중이 증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00님의 경우처럼 그 시기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기 때문에 체중증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죠.
체중증가나 비만에 대한 두려움을 계속해서 가지게 되면 극단적으로 음식을 거부하게 되고 저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몸무게를 줄이려고 합니다. 이러한 증상을 거식증이라고 하는데, 정신의학적 정식 명칭은 신경성 식욕 부진증(Anorexia Nervosa)이라고 합니다. 이 신경성 식욕 부진증은 최소한의 정상 체중 유지를 거부하며 체중증가에 대한 심한 공포를 보이고, 객관적으로 볼 때 평범하거나 괜찮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외모를 왜곡하여 지각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적정 체중의 30-40%까지 체중이 감소되는데(예, 신장 160센티미터에 체중 30킬로그램), 이쯤되면 신체적 건강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입원치료를 해야 합니다.
거식증, 신경성 식욕 부진증 환자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면,
(1) 체중이나 체형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관심이 많다.
(2) 체중조절을 위해 심한 다이어트나 과격한 운동을 하려고 한다.
(3) 체중증가나 비만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이 있다.
(4) 실제로 체중감소가 심한데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5)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석달 이상 없다.
(6) 기아상태로 인해 짜증을 잘 내고, 우울증이 동반될 수도 있으며, 판단력의 장애까지 온다.
(7) 강박적인 양상이 있어 완벽주의적인 행동을 하거나 무엇인가에 집착한다.
(8) 감정표현하기를 힘들어 하고, 자발성이 결여되어 있다.
(9) 사고체계가 왜곡되거나 경직되어 있다.
(10) 추위를 잘 타거나 소화가 안되고, 변비 등의 신체적 부작용이 따른다.
(11) 체중조절을 위해 구토를 하거나 변비약, 이뇨제, 다이어트 식품과 같은 약물을 습관적으로 복용한다.
(12) 하루에도 몇번씩 지나치게 자주 체중을 측정한다.
(13) 음식물의 성분, 칼로리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등입니다.
거식증환자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에서 초기 성인기의 여성들이 대부분입니다. 거식증을 방치할 경우의 부작용은 심각합니다. 거식증은 극심한 영양결핍으로 인한 부작용 외에 무월경, 골다공증, 갑상선 기능저하, 대뇌위축 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00님의 경우처럼 구토나 식사거부 등 섭식행동의 문제는 단순한 행동의 문제가 아니고 마음 속 깊은 곳의 문제 - 심리적인 문제 (열등감, 우울증,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가족내의 문제 등)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전문가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몇가지 대처 방안을 알려 주도록 하겠습니다. (1) 현재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다. 행동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생활을 객관적으로 재평가한다.
(2) 하루 3-4회의 식사와 1-2회의 간식을 미리 정한 시간에 하려고 노력한다.
(3) 체중에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도 체중측정은 1주일에 한번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능하다면 전혀 측정하지 않도록 한다. 만약 체중을 줄이고자 할 때는 자신에게 맞는 체중의 범위를 받아 들이고 서서히 체중을 감소시켜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 것.
(4)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에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되기도 하고, 무언가 일이 잘 안풀릴 때 자신이 비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므로 곤란한 상황에 대해서는 먼저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풀려고 노력한다.
(5) 가능하다면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친구, 부모, 형제)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상담하도록 한다.
(6)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한 번의 실수가 완전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아주 작은 성공이라도 노트에 기록하고 기억한다.
(7) 위의 노력으로도 어려움이 극복되지 않을 때는 혼자서 괴로워 하지 말고 꼭 전문가를 찾도록 한다.
지금의 상황을 계속 유지한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면 가능하면 빨리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