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입니다. 저는 장녀여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해왔고 저도 웬만한 고민이나 어려움은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어머니께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항상 저를 붙들고 하십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가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지만 이제는 저도 아버지의 자식인데 이렇게 아버지 욕을 저에게 계속 하시는 것이 정말 거북스러워요. 어머니는 왜 그런 저의 입장을 생각해 보시지 않고 저에게 아버지 욕을 하시는 건가요. -------------------------------------------------------------------------------------------------------------------------------------- 답변) 자식된 입장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중간에 끼여 있다는 자체가 무척 곤란하고 애매한 상황입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머니가 안스럽기도 하고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계속적으로 어머니가 OO님에게 아버지에 대한 불평과 하소연 하는 것을 한없이 듣고만 있자니 부담되고 마음이 많이 무거울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힘든 심정도 이해되지만 내가 기대어야 할 부모가 오히려 나에게 기대올 때 많은 부담을 느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머니께서 어느 정도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계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길 것 같네요.
어머니도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많이 답답하고 힘드신 부분이 있으신 것 같으세요. 그걸 OO님도 알고 있고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하고 힘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OO님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도 없고, 어머니의 힘든 대상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모님 중의 한 분이신 아버지이시니깐 더욱 난감하고, 객관적으로 어머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힘들고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드시니까 가족에게 기대게 되시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믿고 의지할 만한 큰딸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시는 것 같고, 지금의 답답하고 힘든 사정을 딸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시는 것 같습니다. 가족은 혈연과 애정으로 이루어진 집단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떤 집단보다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아 식사를 하지 않아도 모두들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 가족입니다. 그만큼 가족은 결속력이 강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고, 부정적인 영향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서로 배려해 주고 애쓰는 것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OO님의 경우엔 외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내의 부모님 간의 갈등 문제에 끼여 중간자적인 입장에 있어야 하고,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기도 해야 하고 어머니를 이렇게 힘들게 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나름대로 다스려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본인이 답답하고 힘드시니까 딸의 입장까지 배려해 주지 못하시고 아버지와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시기 보다는 딸에게 더 많이 의존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가족 상담에서는 "삼각관계"라고 합니다. 두 사람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두 사람이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식구를 그 갈등 관계에 끌어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OO님은 삼각관계에 끌려 들어가게 된 경우인데 심리적으로 상당히 힘들고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에서 OO님이 상담을 요청한 것은 현명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OO님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행동인지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먼저 OO님의 불편하고 힘든 심정을 어머니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리시기 바랍니다. 말씀드릴 때 어머니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OO님의 마음과 생각을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 가 아니라 '어머니의 힘들고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고 가슴이 아프지만, 자식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좋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것도 힘들다'라고 말씀드리세요.
OO님은 그동안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좋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분노나 화나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족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갈등은 두 분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겁니다. OO님이 두 분사이의 갈등에 끼여서 중간자 역할을 하게 될 때는 갈등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두 분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드릴 수 있는 계기를 형제들과 의논해 보세요. OO님의 가정의 경우엔 어머니와 OO님이 밀착되어 있고 아버지와 형제들은 각각 떨어져 있어서 서로 가족이라는 밀착감 보다는 경계가 보이지 않게 나누어져 있어서 가족간에 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위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OO님이 부모님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형제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좋은 분위기를 가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가족 분위기를 밝게 가지도록 형제들과 노력해 보세요. 자녀들 마저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 어머니도 힘든 상황에서 더 어두운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OO님도 적당히 어머니의 힘든 심정을 공감해주면서 자식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대화를 하시면서 해결해 나가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