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인 OO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뭣한데, 다른 게 아니라 지난 겨울에 집안에 일이 생겼습니다. 이 일 때문에 지금 저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른 아이들은 벌써 수능이 내일인 것처럼 정신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저는 사실 그런 공부가 별로 필요없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공부보다는 다른 일, 즉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버지는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던 분이셨는데, 갑자기 부도가 나는 바람에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는 중이시고, 저와 누나 그리고 어머니는 외가댁에 와 있는 상태입니다. 아버지의 전후 상황을 자세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 어머니는 제가 집에 들어가도 한숨만 쉬시고, 철없는 대학생 누나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늘 밤늦게 들어옵니다.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저도 누나같이 돈만 쓰고 다니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사실 저는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지금의 우리 집 형편으로는 누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데 저처럼 비전이 없는 애가 대학에 들어가면 짐만 하나 더 늘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이렇게 쓸데없이 공부한답시고 돈만 쓰느니 일찍 일을 시작해서 돈이라도 벌면 더 빠르고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며칠 전에 이런 비슷한 얘기를 어머니에게 비췄다가 '다시 한번 그런 이야기 입밖에 꺼냈다가는 너는 내 자식도 아니다'라는 어머니의 불같은 야단만 맞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말도 못 꺼내고 있지만 제 생각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수학 공식 몇 개 외우고, 영어 단어를 죽어라 외우고 있느니 빨리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몸을 써서 땀흘려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 부딪히며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게 제가 빨리 자립하면 할수록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담도 덜어드릴 수 있고 또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해서 모두 좋은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막무가내 시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생각만 듭니다. 이렇게 쓸데없이 공부한답시고 돈만 쓰느니 일찍 일을 시작해서 돈이라도 벌면 더 빠르고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며칠 전에 이런 비슷한 얘기를 어머니에게 비췄다가 '다시 한번 그런 이야기 입밖에 꺼냈다가는 너는 내 자식도 아니다'라는 어머니의 불같은 야단만 맞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말도 못 꺼내고 있지만 제 생각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수학 공식 몇 개 외우고, 영어 단어를 죽어라 외우고 있느니 빨리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몸을 써서 땀흘려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 부딪히며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게 제가 빨리 자립하면 할수록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담도 덜어드릴 수 있고 또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해서 모두 좋은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막무가내 시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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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우선 OO이의 아버님은 어떻게 건강히 잘 계시고 있는지, 어머니는 건강하신 지 걱정이 되는군요. 그렇게 집안이 어려울 때 부모님과 집안에 힘이 되려는 OO이의 마음이 참 기특해 보이네요. 그래요. 이제 고3이니 적은 나이도 아니고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그 책임감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그건 그만큼 한 인간으로서 성숙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어요.
사람이 성숙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관해 OO이에게 질문을 하고 싶은데, 대답할 수 있겠어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성숙한 사람일까요? 아니면 학력이 높은 사람이 성숙한 이일까요? 아니면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일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전에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사람이 얼마만큼 성숙했는지를 보려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것을 줄 수 있는가를 보라, 그러면 그 사람이 성숙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아버님과 가족에게 OO이가 큰 보탬이 되고싶고, 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많이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어떻게 하는것이 어머니, 아버지를 가장 크게 돕는것이지 스스로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OO이가 식구들을 생각하는 그러한 좋은 마음은 좋은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해요. 내게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만 사람들을 도와줄 수는 없어요. 더욱 좋은 방법은 그 사람들에게 맞는 방식에 자신의 행동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죠. 한 번 같이 생각해 볼까요? OO이가 가장 원하는 것을 했을 경우 다른 사람, 특히 부모님을 진정 위하는 일인가요? 아니면 OO이가 부모님이 나중에는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바라고 싶은 건가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 도움을 주고자 할 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단계가 있어요. 그 사람에게 솔직하게 묻는 것이예요. 예를 든다면 함께 식사하는 사람을 위하여 보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더 먹으라고 내 음식을 더 덜어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과연 그 사람은 더 좋아할까요? 나에게 알맞은 적당량을 원했을뿐이지 더 과하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해서 더 준 음식을 남기면 생각해서 준사람의 호의를 져버리는 것이라 참 난처해지게 되죠. 오리려 이런 경우는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상대방을 더 힘들게 한 경우입니다. 또다른 예로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는 신체장애인을 OO이가 보았다고 했을 때 돕고싶은 마음이 너무나 큰 나머지 말도없이 팔을 잡고 내려주었다면 그것은 큰 실례가 되는 것입니다. 도움이 되고픈 마음이었더라도 그 사람의 인격과 마음을 존중하지 못했고 또한 그 분 스스로도 그 역경을 이겨내려고 시도하고 있는 중이었을 수 있습니다. OO이 학생의 경우 어머니와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고 픈 마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부모님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님의 의견과 입장을 헤아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내리사랑이지 올림 사랑은 아니라고들 하죠. 부모님들께서는 OO이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을 중간에서 포기하기를 원하지 않으실 거예요. 누구에게나 훈련과 연습의 과정은 필요하죠. 부모님께서는 OO이의 지금 생각으로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지는 그 훈련과 연습의 과정을 OO이가 성공리에 거쳐 어떤 일이건 멋있게 해낼 수 있는 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계실 거예요. 누구에게나 맡겨진 과정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욱 재밌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앞서도 말했지만 OO이는 멋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 힘든 시간을 이런 과정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자신의 멋있는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 가는 과정 말이에요. 이것만으로도 공부하는 의미가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OO이의 생각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