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A라는 중학생입니다. 저는 도벽이 있습니다. 남의 물건을 자꾸 훔치게 됩니다. 결코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싶지 않지만 그 순간에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건을 훔치고 나서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곧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정신이 들고 나면 두려워집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제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벌써 이런 행동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훔친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길거리의 휴지통이나 건물 화장실 휴지통에 버립니다. 밤에 잠도 못 자겠고 겨우 잠이 들면 계속 쫓기며 도망가다가 잠에서 깹니다. 지난번에는 친구 집에 놀러 갔었는데 저도 모르게 친구 책상에 손을 대어 CD를 훔쳤습니다. 저와 친한 친군데 너무 미안하고 내가 너무 혐오스러웠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그랬는지 아직 모르는 모양입니다.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를 것 같아 친구들 집에는 아예 가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소년원이라도 갈 것 같아 두렵습니다. 또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까봐 걱정이 됩니다. 아버지가 아시면 전 아마 맞아 죽을 겁니다. 아버지는 굉장히 엄격하십니다. 저는 아직도 한번도 아버지께 말대꾸 해 본적도 없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있을때는 주로 밥을 먹을 때 뿐입니다. 전 집에 들어가면 제 방에만 틀어박혀 있습니다. 집안 분위기는 언제나 가라앉아 있고 집에만 들어오면 답답합니다. 엄마는 몸이 불편하셔서 엄마와도 얘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그렇게 튀는 아이도 아니고 문제아도 아닙니다.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특별히 따돌림 당하거나 따돌리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도둑질을 하는 것을 알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훔치게 됩니다. 어떻하면 좋을까요? -------------------------------------------------------------------------------------------------------------------------------------------------------------------------------- 답변) 지금 A군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짐작이 갑니다. 그 무게가 저에게도 전해지는 듯해서 제 마음도 아프군요. 때때로 A군처럼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강한 충동에 의해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충동이지요. 그리고 대부분 그러한 충동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수가 많습니다.
훔친 물건이 자신에게 필요하지도 않고 꼭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도 그런 감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물건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장물로써 팔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심리적 불안으로 생기는 갑작스러운 고도의 긴장감으로 훔치는 행동을 할 뿐입니다. 훔친 후에는 주로 버리거나 사용하지 않고 모아두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갑작스런 충동으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 우발적이고 즉각적인 경향이 높습니다. 훔친 후에는 긴장이 잠시 사라지고 안도감도 느끼지만 이것은 잠깐 동안일뿐이지요. 개인은 자신의 이러한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또다른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우울해지고 자신의 행동이 언젠가는 들켜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불안해지지요.
이런 부적응적 정서 상태는 개인의 모든 사고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죽고 싶을 정도의 자기 비하나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혹은 폭식을 하기도 합니다. 불안정한 정서는 또 다른 부적응적 정서를 만듭니다.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지요. 정서가 사람의 사고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큽니다. A군의 경우처럼 불안하기 때문에 훔치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또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게까지 만들 정도로 말입니다. A군의 말에 의하면, 한 번도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제대로 표현 해 본적도 없을 만큼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것 같군요. 그렇다고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께도 자신의 문제를 의논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또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억압시켰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정신에는 자신이 지금 인식할 수 있는 의식적 부분보다, 현재 인식 할 수 는 없지만 개인의 사고나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 부분이 더욱 큽니다. A군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충동도 A군의 무의식 속에 들어 있던 어떤 심리적 억압이 A군으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끔 만든 것 같습니다. A군은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심리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자신의 내면으로 숨겨 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은 불안이나 긴장등의 정서적인 것으로 바뀌어 나타나게 된 겁니다. A군은 이런 불안이나 긴장 때문에 훔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물건을 훔치고 나면 잠깐 긴장이 없어지는듯 하지만 다시 더 큰 불안이 생기게 되지요.
우선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개인들에게 가장 밀접하고 기본적인 인간관계는 바로 부모님과의 관계입니다. 이것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뿌리가 되는 것입니다. 뿌리가 더 깊고 단단하게 박혀야만 나무도 잘 자라듯 부모님과의 관계가 깊고 애정적이며 신뢰적일때 마음도 안정될 수 있습니다. 우선 아버지와의 쌓인 벽을 허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함께 있을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예를 들어 밥만 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지 말고 소화도 시킬겸 한 20분 정도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으세요. 부모님과 많이 단절된 상황이라면 처음엔 힘들겠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 겁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익숙해지면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쉬워질거예요. 그리고 아버지가 변하시기를 바라지 말고 A군이 먼저 마음을 열고 변화하도록 노력하세요. 아버지 보다는 A군이 변하는 것이 더욱 빠를테니까요.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세요.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너무 억압하지 말고 그때그때 나타내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요령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어요. 부모님이 컨디션 좋고, 시간적여유가 있을때 하고 싶은 말을 조금씩 표현해 보세요.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훔치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질 때, 그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개선되어져야 한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훔치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질 때 마음속으로 '안돼'하고 소리치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세요. 처음에 잘 안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십시요. 그렇게해서 자신이 충동에서 이기게 되면 스스로에게 큰 보상을 주십시요.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훔치는 충동을 이겨냈을 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지만 하기싫은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을 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상의 개념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비난할 필요가 없는 떳떳한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보세요. 이번 기회로 자신의 힘든 부분을 당당히 꺼내서 들여다보고,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멋진 A군이 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