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저는 요새 엄마랑 너무 자주 싸워요. 엄마와 저는 성격이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매사에 너무 자주 부딪혀요. 주로 부딪치는 문제는 방 청소 문제예요.
저희 엄마는 매우 깔끔한 성격으로 집안에 어느 곳이든 먼지가 보인다거나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청소를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인지 엄마는 늘 제 방을 보시면 뭐라고 하시고 늘 저에게 제 방도 제대로 청소하지 못 한다고 핀잔을 주시고 영 맘에 안 들어하세요.
속상한 게, 저는 치우느라 치워도 깔끔한 엄마는 따라갈 수 없거든요. 나는 노력하는데도 엄마는 늘 잔소리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제 방이 좀 어질러져 있어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요. 그런데 엄마는 왜 그렇게 방 정리에 대해서 잔소리가 심한지 모르겠어요. 옷은 왜 그렇게 방바닥에 있냐 책은 왜 책 꽂이에다가 놓지 못하냐 여자애가 가고나면 머리카락이 한 움쿰이다. 이런 잔소리를 늘 들어야 해요. 밥먹을 때부터 집 나갈때까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참을 꾸중을 듣는답니다. 밖에서 피곤하게 있다가 집에 들어와서 쉬고 싶은데 엄마의 잔소리를 듣다보면 화가 너무나서 저도 모르게 엄마한테 소리지르고 그러면 대들어요. 그러다가 혼나고..
그래서 요새는 들어오면 아예 엄마랑 말 안하고 방에 가만히 있어요. 또 엄마가 제가 없을 때 방을 치우시는데 치우시고 나면 방에 제 물건이 제대로 놓여있지 않아서 저는 또 한 번 싸우게 되요. 저랑 엄마는 왜 이렇게 다를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답변) 00님 이야기 잘 들었어요. 엄마랑 생활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달라서, 작은 일들로 엄마와 부딪히게 되니까 힘들것 같네요.그리고 그로 인해서 엄마와 괜한 갈등이 생기고 다른 일들에도 영향을 받아서 여러가지로 불편했을 것 같아요.
그 동안 부모님 잔소리 들으면서 화도 나고 반발심도 들었을 것 같네요. 괜히 엄마는 항상 나에게만 잔소리 하시는 것 같아 짜증도 나고 간섭이 귀챦게 느껴졌을 거예요. 00님이 집에 들어오면 엄마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방에만 들어간다니 그 불편했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또 00님이 없을 때 엄마가 방을 치우고 나면 왠지 침해받는 기분도 들고, 그 다음 물건 찾기가 힘들 때, 황당하기까지 하죠.
그런데 00님 고민을 들으며 애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성격이 다들 조금씩 달라요. 00님이 엄마는 정리하고 치우는 면에서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이건 누구의 성격이 잘못되었다는 애기는 아니예요. 00님은 방을 안 치우지만 거기서 자기 나름대로는 불편함이 없고 하지만 평소에 꼼꼼한 엄마는 방을 안 치우는 걸 참기 힘들어 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친구중에서도 00님이랑 생활 스타일이 비슷한 친구가 있죠? 방을 안 치운다거나 노트필기를 꼼꼼히 하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더 편한 친구. 반대로 언제나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어야 하는 꼼꼼한 친구도 있죠? 이렇게 00님과 엄마는 정리.정돈면에서 선호도가 다를 수 있어요. 이럴 땐 서로 이해하기 힘들고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화내기 쉬운 상황이 되요. 그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될까요?
00님이 일방적으로 잘 치운다고 될까요? 아니면 엄마가 참으면 될까요? 모두 서로에게 불편할 거예요. 서로 반씩만 조절을 해 보면 어떨까요? 00님도 본인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치우지만 엄마의 입장에 서서 약간만 노력을 해 보는거예요. 엄마가 어떤 부분에서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지. 구체적으로요. 옷을 걸어 놓아야 엄마는 치우는 거라고 보는건지. 책은 다 꽂혀야 엄마는 깨끗하다고 보시는건지. 00님이 조금만 신경을 써보는 거예요. 그런 다음엔 엄마에게 00님의 노력 한 부분을 얘기해 보는 거예요.
이전에 애기했던 것처럼 화가 날 때까지 참다가 소리지르는 것이 아닌 대화를요. 내가 이러 이러한 부분을 이렇게 치웠는데 엄마 어떠시냐고,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치웠는데 엄마보시기에 아직도 더러워 보이는지 걱정이 든다고요. 나는 치우고 정리하는 게 어색할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다고 하지만 엄마가 싫어하셔서 노력해 봤다구요. 엄마가 치우시고 나면 깨끗해지는 건 좋지만 그 다음에 물건을 찾기가 어려워져서 불편해요. 하지만 엄마도 또 청소하시느라 애쓰셨겠다구요. 엄마가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구요.
아마 엄마도 00님과 같은 입장에 서서 고민하고 있을거예요. 00님이 먼저 노력하고 마음을 열고 애기를 해 본다면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만일 서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00님은 엄마 보기를 꺼려하고 엄마는 00님을 더 볼 기회가 없으니 볼 때 마다 잔소리를 더욱 하게 된다면, 문제의 해결은 볼 수 없겠죠.
이런 문제는 친구사이에도 생길 수는 있어요. 하지만 가족만큼 갈등이 커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왜냐면 가족은 서로에게 기대가 많거든요. 친구라면 "재가 저러나보다" 하고 말수도 있지만 가족은 그게 잘 안 되는게 보통이거든요. 그래서 가족간의 문제는 어쩌면 더 노력해야 할 문제이기도 해요.
아마 00님가 이렇게 먼저 노력을 해 본다면 엄마입장에서는 무척 대견스러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동안 엄마와 사이가 안 좋으면서 수영님도 마음이 불편했을텐데 좀 편해지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구요. 00님이 이렇게 엄마와의 갈등을 상담해 온 자체가 00님이 엄마와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그런 00님의 노력하는 자세가 참 대견해 보여요. 지금의 그 노력하는 자세를 조금만 더 내보는 거예요. 그럼 00님이 조금 더 이해심 넓은 딸이 되는 기회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