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입니다. 저에겐 아주 친하게 지내는 같은 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예뻐요. 하지만 그렇다고 잘난 체를 하거나 그러는 게 전혀 없어요. 그래서 모든 애들이 다 좋아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점심도 항상 같이 먹고, 집에도 같이 가고, 고민도 얘기하는 그런 친구예요.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와서 처음 사귄 친구인데, 저랑 모든 면에 있어서 너무 너무 잘 맞아요. 그 친구가 좋아하는 건 저도 좋아하고, 그 친구가 싫어하는 건 저도 싫어해요. 더구나 집도 같은 동네라서 서로 집에도 놀러 가고 그래요. 고민 얘기하면 서로 들어주고, 같이 해결해 보려고 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제가 평소에 별로 마음에 안들어하는 애라서 이 친구가 왜 그 애랑 친하게 지내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가요. 물론 아직도 저와는 친하게 지내지만, 그 친구와 잘 지낸다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고 친구를 뺏긴 것 같은 생각도 좀 들어요. 걔네 둘이 얘기하는 것만 봐도 신경이 쓰이고 질투가 나요. 혹시라도 저보다 걔랑 더 친해지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너무 유치하고 어린애 같은 감정이라는 건 알겠는데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이런 제 심정을 누구한테 얘기하기도 창피해요. 그렇다고 둘이 친하게 지내는 게 싫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혼자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공부도 안 되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마음을 어떻게 고쳐먹어야 이 관계에서 편하게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을까요? ------------------------------------------------------------------------------------------------------------------------------------------------------------------------------------------------------ 답변) OO님의 친한 친구가 OO이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다른 친구와도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시지요. 질투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기가 싫어하는 그 친구와도 친하게 잘 지내는 이 친구에게 섭섭함도 느낄 거예요. 그리고 내 단짝을 뺏어간 그 친구도 너무 얄미울 것 같아요.
대개 사람들에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는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어릴 때는 나와 타인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와 타인이 하나가 아닌 독립적인 다른 개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OO님도 알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아마 OO님도 친구들 중에 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덜 친한 친구도 있을 겁니다.
같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각각의 친구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나 중요성은 조금씩 다를 겁니다. 그 친한 정도도 다르고 서로와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각각 다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OO님의 그 친구도 그렇겠지요. OO이와 친하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도 다른 깊이의 관계를 맺으면서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친구에게도 각 친구가 주는 의미나 중요성은 다르겠지요. OO님 스스로 조금 더 융통성 있는 관계가 필요하고,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억지로 되지는 않겠지만, OO님 마음에서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오면 지금처럼 그렇게 힘들고 괴롭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OO님이 그 친구와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시간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친구과의 관계는 그 전과 다름없이 유지하면서요. OO님이 너무 많이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것이 오히려 그 관계를 해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OO님이 자신도 모르게 그 친구를 자연스럽게 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런 질투의 감정이 생기는 게 당연하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인정하세요. 그럼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그 친구를 대하기도 쉬울 겁니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되고,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어서 OO님이 더 힘들 것 같아요. 감정에 옳고 그른 게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뿐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감정에 따라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나에게 어떤 감정이 들었을 때, 이래서는 안된다고 감정을 억제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편지까지 보낸걸 보니 OO님이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됩니다.
OO님의 마음이 당장 편해지기는 어렵겠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가지면 길이 보이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OO님이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보고, 나아질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친구의 개인적 공간을 인정해 주어야지, 나 또한 나만의 공간을 존중받을 수 있죠. 단짝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나와 단짝친구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길 바래요. 단짝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있듯이, 나 또한 다른 좋은 친구들이 있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