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요즈음 저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친구들도 부모님도 다 저를 이해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같이 몰려 다니던 친구들 중에도 겨우 한 명 정도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할까요?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친구도 결국은 자신의 생각만을 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부모님은 제 마음과는 상관없이 그저 공부만 잘 하라고 하세요. 그저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고 말씀하시지요. 원하는 고등학교는 갈 수 있으니까 공부 걱정은 안해요. 그래서인지 혼자 책을 읽을 때가 그 중 마음이 편합니다. 어차피 누구나 혼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이 틀렸나요? 다른 친구들은 재미있게 지내는 것 같은데 유독 저만 이러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답변)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껴지시군요. 가족과 같이 있어도 친구들과 함께 해도 외로운 마음을 떨치기 어려우시군요. 그래서 때론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거는 것도 귀찮고 혼자서만 있고 싶다고 느낄 때도 있을거예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 오히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구나, 그래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을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셨구요. 그 어디에서도 나의 가치를 찾을 수 없을 것 같고 자신은 넓은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외로운 섬같지요.
위의 생각들 때문에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과도 거리를 두게 되고 대신 홀로 생각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거지요. 외로움이나 고독감은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의 특성 중의 하나랍니다. 단지 어떤 친구는 가끔, 그 정도도 약하게 경험하고 다른 친구들은 00님처럼 심각하게 고민하고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것뿐이지요. 그러니까 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거지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고민을 푸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옆에서는 알지 못할 뿐이랍니다. 그럼, 고독감은 누구나 경험하는 거니까 부모님 말씀처럼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될까요? 그냥 두면 자연히 없어지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고독이 청소년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해서 고독감을 가볍게 보거나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00님처럼 깊은 고민을 단순하고 가볍게 지나칠 수는 없지요.
다시 한번 00님의 생각을 들여다 봅시다. 우리 인간이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가지 변화가 나타나지요.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 를 고민하게 되지요. 자기의 개성을 점차 찾아가게 됩니다. 친구들의 관계도 달라지지요. 00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여럿이 어울려 몰려 다니는 것이 더이상 가치있게 생각되지 않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진정 원하게 된답니다. 하지만 그런 친구를 구하기란 쉽지 않지요. 저 친구는 나를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어 보면 처음에는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가도 곧 실망하게 되거든요. 생각하는 것도 나와는 다른 것 같고, 그 애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으니까요. 가끔은 존경할만한 선생님이라고 생각되었던 사람도 뒤늦게 단점을 발견하고는 실망하게 되지요.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만 빠져 다른 활동이나 사람들에게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경험이 적다보니 사교성이 부족하게 되겠지요. 만약 학교생활과 가족생활속에서 자신을 완전히 분리해서, 정말 아무런 가치도 느낄 수 없게 된다면 문제는 커진답니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인간 자체를 혐오하게 되지요.
고독은 우리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답니다. 고독에 잠겨 봄으로써 자신을 보다 잘 알게 될 수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고독을 즐겨보세요.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일기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00님도 일기를 쓰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일기는 바로 자기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장이지요. 그 속에서 자신을 보다 객관화시킬 수도 있고, 그럼으로써 스스로의 모습을 정리할 기회를 가지게 되니까요. 또 독서를 하는 것도 고독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랍니다. 특히 좋은 책을 읽으면 직접 사람과 대화했을 때보다 더 귀한 교훈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문학작품을 통해서는 간접경험도 할 수 있고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00님은 벌써 그 방법을 찾으신 것 같네요. 단,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고독을 즐길 수 있다면 보다 깊이 있는 인간이 되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 믿습니다.
둘째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 고독을 극복하라는 거지요. 00님이 느끼시는 감정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성인이 된 뒤라도 자신이 택한 자신만의 길을 가려 할때에는 고독을 느낄 수 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청소년인 지금 고독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앞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을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는 씩씩한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진정한 친구를 얻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우정의 중요성을 말하겠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말 중요하답니다. 먼저, 00님이 생각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00님은 혹시 친구가 자신과 똑같은 고민과 생각을 해야 하고, 언제나 날 위해 달려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단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런 사람은 없답니다. 00님 자신을 돌아 보세요.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요? 나를 낳아준 부모도 형제들도 다 다른데, 친구가 나와 똑같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대신 사람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사귀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와 다르기 때문에 친구를 통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는 거지요. 진정한 친구란 나와 같은 친구라기 보다 내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요. 또 내 자신이 참된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는지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어요. 먼저 다가가고 들어주는 자세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00님, ''세상에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은 고독을 이겨낼 용기가 없는 사람이랍니다. 대신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 가세요. 그래서 진정한 친구를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