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고1 남학생 00입니다. 정말 지겨워요. 아버지께서 보증을 서셨다가 일이 잘못 되서 집의 물품이 없어지고 이젠...그래도 이런 것들은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두 분이 싸우고 헤어지겠다는 것은 도저히 어쩔 수가 없어요.
거의 반년 동안 말 한마디도 안 하세요. 어머니는 아버지 때문에 늦게까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오시는데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의심하고...얼마 전에는 아버지가 폭력까지 휘둘렀어요.
아버지가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이해하지만 정말 이 짙은 두분의 오해와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화도 시도해 봤지만 이대로 더 가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정말 두렵습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제발 싸움 좀 그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간 이 가정이 풍비박살이 날 것 같아요. -------------------------------------------------------------------------------------------------------------------------------------------------------------------------------------------------------- 답변) 00님의 어려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무척 아프군요.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도 나름대로 잘 견뎌내고 있어서 대견합니다. 자녀들은 보통 부모님들의 상태나 기분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지요. 00님의 부모님들께서 갈등상황에 있으시니 00님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중간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부모님의 다툼으로 자신이 어떻게 입장을 취해야 할지 몰라 힘든 상황이네요.
00님의 가정처럼 경제적인 문제는 가정에 있어서 큰 어려움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지금은 나라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때이고 비단 00님의 가정만이 이러한 일을 당한 것은 아닙니다. 신문이나 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한 식구가 살 집이 없어서 아이들이 부모가 있음에도 고아원으로 가고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거나 노숙자가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의 사연이 있답니다. 따라서 왜 우리 집에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때로는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작은 갈등이 큰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답니다. 경제적인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생계의 수단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어려움 중에서도 00님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비록 심적으로는 방황을 하더라도 자신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다 각자의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00님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아버지는 가장으로써 당신이 하신 잘못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계실 테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무책임함에 실망을 가지고 계시겠지요. 부모님들 사이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00님이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지요.
어른들의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00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들로서 편지로든, 구두로든, 지금의 자신의 심정을 자세히 알리는 겁니다. 두 분께 자식의 존재를 인식시켜 드리는 거예요. 사실 감정에 치우치다 보면 어른들은 자녀들 생각은 뒷전으로 미룰 수도 있거든요. 자녀도 하나의 인격체이며 가정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같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어요. 또한 00님의 입장표명으로 부모님들께서 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아울러 중요한 것은 자신이 힘겹다는 하소연뿐만이 아닌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표현해야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힘드신지 알고 있어요. 제가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 집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서로 미워하시면 안돼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라고 말해 보세요. 그래야 그 분들도 힘을 얻으실 수 있고 '자식들을 봐서라도 이러면 안되겠다'라고 느끼실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00님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는 것을 이해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입장도 괴로우실거예요.
가장으로써 본분을 다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드시겠지요. 아마 00님을 볼 면목도 없으실 겁니다. 어쩌면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시는 것도 가장으로써 자격지심 때문에 그러실 수 있거든요. 따라서 아들로써 아버지를 조금만 이해해 보세요. '아버지도 오죽하시면 저러실까' 하고 말이지요. 만일 이러한 노력들에도 변화가 없다면 부모님들의 문제는 당신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00님이 자신과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즉 이 문제 때문에 매여서 자신이 건강하게 살아가지 못한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있는 그대로 두고 다른 일들에 집중을 한다던지 생각의 전환을 하는 겁니다. 자신의 할 일들까지 방치 한다면 부모님께도 더 큰 잘못을 하는 것이지요.
부모님들께서도 당신들은 이 문제 때문에 지장을 받더라도 자식들이 이 문제 때문에 할 일들을 못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자꾸 '왜 우리 집만 이런 일이 있어야 할까'라든지 '언젠가 우리 집은 풍비박살이 날거야'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00님만 힘들어 지겠지요. 이럴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비관적인 생각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지요. 따라서 부모님들 차원에서 해결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00님이 해야 할 일입니다.
기다리다 보면 의외로 문제들이 쉽게 해결이 될 수도 있고 모든 것에는 때가 있으므로 그 때가 꼭 찾아 올 겁니다. 00님, 지금 현재는 힘이 들겠지만 이런 어려움들을 통해서 더 성숙한 사람이 될 거예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