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여고 1년생입니다. 아니,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정말 심각한 고민이 듭니다. 예전에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 진학해보니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상태가 정말 싫습니다. 예전에 철모르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놀 때가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 싫고 지겹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등교, 수업, 하교, 식사, 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면 적어도 제 생활은 제 맘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틀에 박힌 제 생활에 이제 싫증이 납니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고민만 하다보니 정말로 아무것도 안하고 멍청히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따라서 성적도 떨어지구요. 선생님, 어떻게 해야 지금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답변) ㅇㅇ님, 지금 한창 인생의 꿈이 많을 나이인데, 의욕도 없고 힘든 상태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우선 ㅇㅇ님의 상태를 다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ㅇㅇ님이 지금 무척이나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와 다른 슬럼프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혹시 나와 내 주변에 어떤 일이 없었는지 생각해봅시다. 어떤 사람이 삶에 의욕을 잃거나 몹시 지쳤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없었는가를 먼저 생각해볼 수 있겠죠. 급작스런 생활의 변화를 겪을 경우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고, 자신은 그것을 인식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사고와 정서에 영향을 준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이유 없이 살기가 싫어지고 삶의 목표나 의지를 상실하게 됩니다. ㅇㅇ님이 지금 힘든 고비를 맞게 된 이유가 혹시 ㅇㅇ님이 최근에 겪었던 어떤 힘든 일 때문이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ㅇㅇ님의 상태를 우선 점검해 본 다음에, 어떤 일 때문에 일시적으로 ㅇㅇ님이 슬럼프에 빠진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그 원인이 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겠죠. 가령 시험성적이 저조하였다면 공부방법을 개선하여 다음 시험에는 지금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삼아야 하구요. 친구나 가족과 갈등이 있었다면, 서로의 어색한 감정을 풀기 위해 편지를 쓰거나 솔직히 이야기를 나누고요. 그리고 몸이 피곤하다면, 만사를 잊고 한숨 푹 자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두번째, 위에서 말한 어느 것에도 ㅇㅇ님의 상태가 속하지 않는다면, ㅇㅇ님이 지금 청소년기에 임한 상태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자신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인 '정체감 혼란'의 시기에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고민이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ㅇㅇ님처럼 지금 상태가 싫고, 빨리 어른이 되거나 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되고 싶은 경우도 이에 해당하지요. 하지만 지금 ㅇㅇ님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있습니다. ㅇㅇ님이 지금 이 시기를 잘 보내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ㅇㅇ님이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ㅇㅇ님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ㅇㅇ님, 우선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세요. ㅇㅇ님이 정말 이루고 싶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ㅇㅇ님의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에도 귀를 기울여보세요. ㅇㅇ님, 그것이 ㅇㅇ님의 진정한 모습이구요, 이제부터 ㅇㅇ님이 찾아가고 잘 키워나가야 할 ㅇㅇ님만의 소중한 '자신'입니다.ㅇㅇ님안의 '진정한 자신'이 잘 클 수 있도록 지금 마음의 준비를 해 놓으세요. 불안, 갈등, 고민... 이런 것들이 청소년기에는 찾아올 수 밖에 없는 불청객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질 수야 없지요. 풍파를 겪은 나무일수록 뿌리가 깊고, 어떤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ㅇㅇ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 다음에는, ㅇㅇ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세요. 이를 위해서는 일단 여러 가지 다채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ㅇㅇ님이 장래희망이 무엇이 되건, 즉 어떤 진로를 선택해서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게 되건, ㅇㅇ님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의 폭과 깊이로는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겠죠? 즉, ㅇㅇ님이 보다 넓은 범위 안에서 다양한 세계를 두루 접하고 그중 ㅇㅇ님의 능력과 적성에 가장 잘 맞는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ㅇㅇ님 스스로 지금부터 경험의 폭을 넓게, 생각의 깊이를 깊게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그들의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을까요? 주변의 어른들, 선생님, 선배들의 삶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내가 갖고 싶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여러모로 그려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ㅇㅇ님은 과연 어떤 성인의 모습으로 자라나게 될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런 고민과 걱정없이 성인이 된 사람들보다는 보다 성숙한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금의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나면, 오히려 ㅇㅇ님 내부에서 자신감이 생겨서, 앞으로 또다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지금을 생각하면서 잘 견디어 낼 수 있을 거예요.
ㅇㅇ님, 힘을 내세요. 그리고 ㅇㅇ님 안에 있는 진정한 ㅇㅇ님을 찾도록 해 보세요. 그리고 ㅇㅇ님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어른들이, 부모님이,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ㅇㅇ님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거에요. ㅇㅇ님, 그대신 ㅇㅇ님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모습을 가지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어른이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ㅇㅇ님이 어른이 되고 싶다면 먼저 ㅇㅇ님의 행동과 생활 전반에 걸쳐 어느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반성해보세요. '나는 내 행동의 어떤 점에 있어서 떳떳하게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ㅇㅇ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