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고, 이름은 OO라고 합니다. 선생님, 저는 너무 속상해요. 우리 집에는 언니가 한 명 있고 남동생이 한 명이 있는데, 아빠는 언니만 예뻐해요. 저도 사실 아빠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의논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아빠는 제 일은 늘 대수롭지 않은 듯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부드럽게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해 주십니다. 또 얼마 전에는 언니랑 싸우고 언니 욕을 일기에 써 놓은 적이 있었는데 언
니가 그걸 보고 아빠한테 울면서 일렀어요. 그랬더니 아빠는 저한테만 소리를 지르시면서 꾸지람을 하셨습니다. 너무 속상해요. 아빠랑 언니만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선생님, 저 좀 도와 주세요. ------------------------------------------------------------------------------------------------------------------------------------------------------------------------------------------------------------------------------------------------------ 답변)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지요. 특히, 내가 가장 위로를 받고 싶고 지지를 받고 싶은 아빠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는 것은 OO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일 겁니다.
선생님은 OO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만을 바라봐 주기를 기대하면서 하염없이 태양의 움직임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간절한 OO님의 마음을 아빠가 조금만 이해해 주신다면 더욱 기운이 나서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어요.
OO님, 우리는 흔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내 마음을 잘 알고 있겠지', '우리 아빤데 내 마음을 모른다는 건 이상하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표정 보면 모르시나? 내 친구들은 말을 안 해도 그냥 딱 알던데…….' 등등 말이에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 만큼, 내가 직접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 준다면 정말 좋을 거예요.
하지만 선생님이 상담실에서 만나는 부모님들의 말씀을 들어 보면, 생각보다 부모님들은 우리 친구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계신 경우가 많더군요. 그리고 '우리 애들이 도대체 뭘 원하고 뭘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 죽겠어요. 근데 애들은 자꾸 짜증을 내기만 하고 말은 안 하더라고요. 정말 답답해요.'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자, OO님.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부모님과 우리 친구들은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싶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이렇게나 많지만, 정작 상대방에게 그 간절한 마음들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는 않고 있는 거예요. 정말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OO님이 먼저 아빠에게 자신의 마음을 차분하게, 그리고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는 일이 될 거예요. '왜 언니만 예뻐하는 거예요!'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짜증을 낸다면, 아빠에게는 태희님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기보다는, '이 녀석이 아빠한테 대드는구나.'라는 마음이 먼저 들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화를 내기보다는, OO님이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고, 또 사랑을 받고 싶은지에 대한 마음을 잘 이야기해 보세요. 그리고 아빠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잘 귀 기울여 보는 거예요. 멀게만 느껴지는 아빠와의 사이를 조금씩 좁혀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