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선생님,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OO이라고 해요. 요즘 저는 엄마 때문에 너무 짜증이 나고, 속이 상해요. 솔직히 제가 정리 정돈을 빨리빨리 못하는 편이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제는 옷들이 바닥에 쌓여 있다고 엄마가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시는 거에요. 그렇게 시작을 하더니 이때까지 벼르고 있던 온갖 것들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는 거
예요.
‘요새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느냐?’, ‘너는 전화도 못 거느냐?’, ‘친구가 너한테 떡을 주냐, 밥을 주냐? 친구라면 그저……. 쯧쯧.’
잔소리를 듣는 데 몇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엄마는 하루라도 저한테 잔소리를 안 하면 안 되나 봐요. 조금만 내버려 두면 저도 알아서 할 텐데……. 왜 이렇게 엄마가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지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답변) 우리 OO님이 집에 있는 시간을 엄마와의 신경전을 하는 데 보내고 있군요. 밖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즐겁게 이야기하고, 힘든 일에 대해서 엄마한테 위로도 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말이지요. 이런 행복한 느낌을 느끼기보다는 하나하나의 행동에 대해 엄마의 간섭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힘들어 하는 현숙님의 마음이 잘 이해되었습니다.
‘날 좀 믿어 주고 내버려 두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정말 저절로 들 것 같아요.
OO님. 초등학교 6학년이란 참 큰 변화가 일어나는 때라고 생각됩니다. OO님 자신은 물론, 엄마한테도 그렇지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OO님도 이제는 엄마와 지내는 것보다는 친구와 나가 노는 것이 더 좋고, 친구들과 전화로 비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었지요?
이때까지 ‘엄마가 제일 좋아!’라며 가슴에 매달렸던 OO님이 이렇게 커나가는 것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약간의 서운함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부쩍부쩍 커가는 것이 좋으시면서도 아쉬움이 드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생기는 또 하나의 변화는, ‘이제는 아주 어린애가 아니니까, 혼자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줘야지.’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어머니께서 당연히 도와 주셨던 일들을 OO님이 혼자 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잔소리를 하고 꾸지람을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어머니의 잔소리는 OO님에게 짜증과 스트레스를 얹어 주기 위함이 아니라, OO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약간의 서운함과 아주 많이 큰 기대감이라는 것이 조금씩 느껴지나요? 그렇다면 이제는 지금까지와 같이 엄마와 싸움만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눠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OO님은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 주지 않고 잔소리만 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엄마는 어떤 생각과 기분을 갖고 계신지에 대해 귀를 기울여 보세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OO님은 점점 더 예쁘고 멋진 어른으로 커나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