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으며, 이름은 OO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저한테 요새 이상한 고민이 하나 생겼어요. 저는 원래 친구들이 아주 많았어요. 지난 해까지는 여자ㆍ남자를 가리지 않고 어울려서 잘 놀았지요. 그런데 6학년이 되고부터는 제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여자 아이들하고는 까불며 장난치고 잘 노는데, 남자 아이들 앞에서는 마음대로 행동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올해 들어서는 아직까지 남자 친구를 사귀지 못했어요.
자꾸 어색한 기분이 들어서 남자 아이들과 같이 어울리지를 못하겠어요. 이런 저를 보면서 친구들은 내숭떤다고 놀리기만 해요. 전 정말 내숭을 떨거나 공주병인 것은 아니에요. 선생님, 이런 저를 이해할 수 있으세요? -------------------------------------------------------------------------------------------------------------------------------------------------------------------------------------------------------------------------------------------- 답변) 먼저 OO님의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할까요? “예,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 상담실에 찾아오는 경아 님 또래의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들을 많이 이야기하거든요. 동성 친구들하고는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는데, 이성 친구들 앞에만 가면 웬일인지 얼굴이 뜨거워지고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이지요. ‘친구를 못 사귀던 성격도 아닌데, 갑자기 내가 왜 이러
지?’ 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 거에요.
선생님이 OO님을 직접 만나서 길게 이야기를 해 본 것이 아니라서 속속들이 짐작하기는 어렵군요. 그렇지만 선생님 생각을 이야기해 볼 테니까 OO님이 잘 듣고 생각을 한번 해 보면 좋겠네요.
이성 친구들 앞에서 어색해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머리 속에 특별하고 단단한 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틀은 이런 거에요.
‘여자 친구들을 사귀려면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 주면 돼.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웃고 장난쳐도 되는 거야. 하지만 남자 친구들은 정말 달라. 남자 친구를 사귀려면 예쁘고 멋진 모습만을 보여 줘야 하거든. 그렇지 않으면 남자 애들이 나와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아무 말이나 하지 말고 좋은 말만 해야지.’
사실, 여자 친구를 사귈 때에나 남자 친구를 사귈 때에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그런데 OO 님의 머리 속에 있는 이 틀 때문에 자꾸 몸이 뻣뻣해지고, 입을 벌리기가 어려워지게 된답니다.
새롭게 친구를 사귈 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요. 그러나 친구가 실수하는 모습이나 고민하는 모습, 걱정하는 모습까지도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은 친구라는 생각한다면, 위에서 선생님이 설명한 틀은 오히려 친구 사귐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같이 어울리고 싶은 친구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OO님이 그 친구에게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 주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할 수 있다면, 어떤 친구이든지 OO님에게 마음을 열어줄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