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초등학교 6학년으로 이름은 OOO입니다. 저는 지난 겨울 방학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제가 싫어하는 애들과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피부가 예민해서 뭐가 많이 나는 편인데, 그 애들은 저보고 피부병자라면서 놀려대곤 했었거든요. 그냥 참아 보려고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는데, 이제는 제 등에다 대고 지우개 같은 것을 던지면서 킥킥대기까지 합니다.
학원을 갈 때마다 이 애들이 시비를 거니까, 학원 가는 전날만 되면 잠도 잘 안 오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선생님, 저 좀 도와 주세요. --------------------------------------------------------------------------------------------------------------------------------------------------------------------------------------------------------------------------------------------------------------------------- 답변) OO님 머릿속에서는 ‘학원 가는 날=시비 거는 아이들을 만나는 날’ㆍ‘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을 꾹꾹 참아야 하는 날’과 같은 공식이 세워져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이 많으면, 학원 가기 전날마다 밤잠을 잘 못 이루겠어요.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OO님의 하루하루를 그렇게 힘들게 만드는 그 아이들이 참 얄밉게 느껴졌고, 가능하다면 선생님이 학원에 가서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야단을 쳐 주고 싶기까지 하군요.
하지만, OO님도 알고 있다시피 그게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왜냐 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 때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누군가를 부르는 버릇을 들이면,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요. 그러면 그 친구들은 OO님에 대해 ‘어른이 도와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라고 얕보기까지 하고 더욱 놀려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OO님이 이번 기회에, 이때까지 놀려대는 아이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었는지를 스스로 한번 점검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피부에 뭐가 많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놀림을 받는 것은 아니거든요. 대부분 아이들은 ‘쟤는 내가 건드려도 별 말썽이 없을 만큼 만만해 보인다.’라는 느낌을 주는 친구에게 시비를 걸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이유없이 나에게 욕을 할 때, 시비를 걸 때, 지우개를 던질 때 그저 가만히 있게 되면 점점 더 무시당하게 됩니다. 또, “왜 그래.”ㆍ“그러지 마.”ㆍ“그러지 말라니까!”라고 가끔씩 한 마디 하는 것으로는 오히려 놀리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게 되지요.
지금 OO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너희들이 그렇게 심심풀이로 놀릴 만큼 만만한 아이가 아니야! 난 내가 싫다고 생각하면 명확하게 싫다고 말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가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OO님의 편을 들어 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모아 보세요.
부모님ㆍ누나ㆍ형ㆍ친구들……. 용감하게 새로운 일을 도전하려면 주위에서 OO님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 합니다. 상담 선생님도 OO님에게 기를 불어넣어 줄게요.
이제부터는 싫은 것은 싫다고 똑똑하게 말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기로 해요. 하루 아침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꾸준한 연습의 끝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생기게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