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OO라고 합니다. 선생님, 저는 제가 왜 이런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저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늘 함께 다니는 친구들도 많답니다. 그런데,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 제 생각에 반대를 하는 것 같으면 참을 수가 없어요. 갑자기 막 화가 난다니까요.
그러면 제 얼굴에도 화가 났다는 게 드러나지요. 이런 제 성격 때문에 친구들도 저한테 불만이 많은 것 같아요. 뭘, 어떻게 고쳐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답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걸 쉽게 인정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 친구들이라면 나랑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작은 욕심은 누구나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 돼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아님과 같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가지 않고, 못마땅하게 보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우선은 OO님과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 친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친구들은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도 꼭 들려 주고 싶네요. 아무 생각없이 친구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관계에서 나타나는 자기 모습을 자꾸만 돌아보면서 고쳐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스스로를 실망할 때가 아니라, 내 자신이 더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떼는 아주 중요한 때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화가 나서 볼이 툭 튀어나온 얼굴을 하게 된다면, 내 자신도 정말 불편하고 친구들도 OO님의 눈치를 보게 될 거예요. 하지만 ‘화를 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으로 꾹꾹 눌러 참고, 화가 안 난 척하고 있으려면 OO님의 머리와 마음 속이 부글부글 끌어올라 너무너무 힘들 겠지요.
OO님,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나는 주로 어떨 때 화가 나지?’, ‘그때 나는 왜 화가 나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가져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친구가 나랑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나는 이유는 아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거든요.
‘저 애가 나를 무시하는 건가?’, ‘흥, 나를 아주 우습게 보는데…….’, ‘내 생각을 주장해서 저 친구를 꼭 이겨야 해!’,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내 친구 맞아?’ 등등 말이죠.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갈등들을 먼저 해결해야만, 앞으로는 화를 내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행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친구라고 해서, 항상 즐겁고 신나는 일만 같이하는 건 아니랍니다. 서로 다른 얼굴을 갖고 있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OO님과 같이 부딪히고 고민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니까요.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두 개의 톱니바퀴는 기름을 치고 정성껏 닦아 주면 더욱더 신나게 돌아갈 수 있답니다. 나랑 내 친구 사이에서는 지금 무슨 소리가 나고 있는지,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는 OO님이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