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며칠 전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가 킥킥대면서 뭘 보여 준다고 하기에 별 생각 없이 받아서 봤어요. 그런데 그게 흔히 말하는 야한 사진이었어요. 전 그런 걸 처음 봤거든요. 엄마, 아빠가 혹시라도 제가 그런 나쁜 사진을 본 걸 아시면 어떡하죠? 친구는 제가 당황해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고는 막 웃었어요. 사실 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있었기 때문에 더 창피했어요. 만약 이 일이 다른 애들이나 엄마, 아빠한테 알려지게 되면 저는 정말 얼굴도 못 들고 다닐 거예요. 선생님, 어떡하면 좋을까요? --------------------------------------------------------------------------------------------------------------------------------------------------------------------------------------------------------------------------------------------------------- 답변) 어느 날 친구가 불쑥 내민 사진 몇 장 때문에 마음 속에서 커다란 폭풍이 몰아치게 되어 버렸군요. 친구가 미리 이야기를 해 주었다면, '난 그런데 관심 없어'라고 거절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당하게 된 일이라서 정말 깜짝 놀랐을 거예요. OO님, 선생님은 그런 야한 사진을 본 행동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OO님이 지금 느끼고 있는 무거운 스트레스를 가라 앉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청소년들이 야한 사진을 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닙니다. 왜냐 하면, 그러한 사진들은 심하게 과장되어 있거나,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성(性)을 더럽고 천박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야한 사진을 보았다고 해서 OO님이 이상해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에요. 항상 깨끗하고 예쁜 경험들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어려운 경험도 잘 소화할 수 있다면 OO님은 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어요. 이번의 일을 통해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성 관계란, 정말 가치 있는 것이라는 사실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OO님 또래의 나이에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크게 되거든요. 동시에 성에 대한 호기심도 부쩍 많아지게 됩니다. 상담실에 도착하는 친구들의 고민을 보면, OO님과 비슷하게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요. '야한 사진을 보면 안 되는데... 그래도 조금은 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 내가 이상한 건가?'하는 염려는 접어 두세요.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로 자라가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엄마나 아빠가 아시게 된다고 해도, 'OO님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구나'하고 대견하게 바라봐 주실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앞으로 이런 걱정이 생길 때는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위 친구들,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해 보세요. 훨씬 마음이 가벼워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