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선생님! 너무나 속상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급히 편지를 띄워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인 OO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거든요. 체육 선생님이신데, 키도 크고 정말 멋진 분이랍니다. 이때까지 선생님 모르게 꽃이나 음료수를 갖다 놓는 등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보여 드렸어요. 우리 반 애들 모두 제 마음을 알고 있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정말 엄청난 일이 생겼어요. 제가 선생님께 야단을 맞은 거예요. 줄넘기 줄을 깜빡 잊고 안 가져왔거든요. 선생님께 혼이 나고 나니 그 선생님 얼굴을 보지도 못하겠고, 너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 선생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학교에 가기가 싫습니다.
답변) 편지를 읽고 나서 체육 선생님을 좋아하는 예쁘고 고운 OO님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어서 선생님 마음까지 참 따스해졌습니다. 하루하루 선생님을 만나는 기쁨과 즐거움에 학교 가는 길이 정말 즐거웠을 텐데, 이번 일로 인해서 정말 학교 가기 싫을 만큼 많이 속상해졌을 거예요. 언제나 내 좋은 면만 보여 드리고 싶고, 내게 칭찬만 해 줬으면 하는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요. 지금까지는 내가 열심히 했었으니까 나를 착실한 학생으로 보셨겠지만, 오늘부터는 나를 한심한 아이로 생각하실 거야. 휴 이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 드린다고 해도 나는 이미 찍혀 버렸는 걸, 뭐. 이제 아무 소용 없다니까.. OO님의 머릿속은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봅시다. OO님이 정말 좋아하는 친구 한 명을 떠올려 보겠어요? 그 친구가 OO님이 아끼는 책을 빌려 가서 약속한 날에 돌려 주지 않았다고 상상해 봐요. 그 책은 약속했던 날, OO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OO님도 아마 화를 낼 거에요. 그렇다고 약속한 날 책을 돌려 주지 않다니, 저 친구는 정말 형편없는 아이야. 다시는 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이 될까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화가 나기는 하지만, 그 친구 자체를 미워 하거나 싫어진 것은 아니니까 그런 생각까지는 나지 않을 거에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았으면.하는 소망만 생길 뿐이겠지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멋진 모습만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과 같이 실수를 하게 되었을 때, 실수를 딛고 일어서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한층 더 멋진 일이라고 생각돼요.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지낸다는 것은 오히려 조금 이상한 일이랍니다. 왜냐하면 사람들마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자기만의 생각과 기분이 있기 때문에, 부딪힐 수 있는 것은 당연하거든요. 학교에 가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피해 버리면, OO님의 예쁜 모습을 선생님이 영영 모르시게 되겠죠.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OO이는 실수도 하지만, 그 후로 훨씬 더 훌쩍 큰 모습을 보여주는 기특한 아이구나.라는 생각을 선생님이 하시도록 애써보면 어떨까요.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어질 겁니다.
(출처 CYBER1388. 청소년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