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선생님, 전 초등학교 6학년생인 OO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지난해에 이혼을 했어요. 비록 두 분이 같이 살지는 않지만, 전 아빠ㆍ엄마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에 잘 참고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엄마가 걱정이에요. 꼭 수면제에 의지해야 잠을 자고, 기운이 없어서 집안일도 잘 못하세요. 그래서 제가 밥을 하거나 청소ㆍ빨래를 많이 거들어야 해요. 가끔 아빠를 만나면 잘해 주지만 전 좀 불만스러워요. 좀더 엄마를 걱정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말이에요. 지금처럼 저 혼자 엄마를 걱정하려니 부담스러워요. 학교 끝나면 엄마가 걱정되어서 친구네 집에 놀러 가지도 못 하고 집에 와야 해요. 물론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저도 친구들처럼 지내고 싶어요. 이모가 생각날 때마다 들러 주긴 하지만, 집에는 엄마랑 저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무거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변) 지금 상황을 아빠나 이모와 상의해 작은 어깨의 짐을 내려 놓도록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몰려가서 햄버거도 사 먹고 싶고, 예쁜 물건들도 구경하러 다니고 싶을 텐데, 엄마 걱정에 바로 집으로 달려가곤 하는 OO님이 떠올랐습니다. 아빠가 집을 떠나신 후에 우리 OO님도 무거운 마음이 많이 들었을 텐데……. 어른스럽게 엄마를 거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고 안타깝게 느껴졌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이 든든한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 OO님의 작은 어깨에 너무 무겁고 큰 바윗돌이 얹혀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OO님의 나이 때에 꼭 해야 할 일은, 집에서 엄마를 돕는 일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노는 일이거든요. OO님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떨어져 있지만 아빠도 계속해서 OO님에게 관심을 보이고, 친절한 이모도 곁에 있으니, OO님의 무거운 마음을 좀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OO님이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고 대견스럽게 생활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 어른들은 OO님이 지금 어떤 고민들을 가지고 있고, 어떤 무거운 마음들을 느끼고 있는지를 잘 모를 수 있거든요. OO님이 지금과 같이 힘든 것을 꾹 참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면,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여서 정작 해야 할 일들을 못하게 될 수 있을 거예요. 망설이지 말고 아빠나 이모에게 의논을 하도록 하세요. 이 때까지 OO님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 했던 것을 미안해하고 기꺼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실 겁니다. 지금의 상황은 OO님이 도저히 혼자 견딜 수 있을 만한 크기가 아니니까 주위 어른들은 OO님을 충분히 이해할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어색하고 껄끄러울 수도 있을 거예요. 그 때에는 상담실에 글을 올려 주세요. 어른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에 대해 선생님과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해요. OO님 주위에는 OO님을 사랑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출처 - Cyber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