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지리산 힐링여행 ‘회남재 숲길 걷기’ 성료…‘대한민국 알프스 하동’ 선포
청명한 가을 햇살을 받은 단풍이 유난히도 반짝이던 지난 주말. 단풍 색깔만큼이나 다채로운 등산복을 입은 3000여명의 트래커들이 지리산의 새 소리와 바람소리를 따라 가을 숲길을 걸었다.
하동군이 지리산 청학동과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면을 잇는 황토 숲길을 널리 알리고, 슬로시티 하동의 이미지에 걸맞은 맨발 걷기의 세계적 명소로 육성하고자 마련한 ‘회남재 숲길 걷기’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회남(回南)재는 경의사상(敬義思想)을 생활 실천철학으로 한 조선시대 선비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이 산청 덕산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중 악양이 명승지라는 말을 듣고 1560년경 이곳을 찾았다가 돌아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 고갯길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하동시장을 연결하는 산업활동 통로이자 산청·함양 등 지리산 주변 주민들이 널이 이용하던 소통의 길이었으며, 지금은 주변의 뛰어난 풍광을 즐기며 등산과 트레킹을 하는 동호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해발 740m의 이곳 회남재에 전국에서 3000여명의 트래커가 찾아 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울긋불긋한 단풍 숲길을 걸었다.
댕기머리를 한 지리산 청학동에서부터 윤상기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 향우, 학생, 직장인, 가족단위, 친구, 연인, 전문 산악인에 이르기까지 참가자들의 분포도 다양했다.
또 이날 행사에는 하동군 홍보대사이자 인기 탤런트 변우민과 연극배우 출신의 개그맨 오정태도 함께해 재미를 더했다.
낮 1시 30분 청학동 삼성궁 주차장 앞 공터를 출발한 트래커들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길가에 아무렇게 나 핀 들꽃이며 이름 모를 들풀, 단풍 등을 소재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생활에 찌든 스트레스를 털어냈다.
굽이굽이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걸어 회남재 정상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멀리 백운산 아래 아스라이 보이는 검푸른 섬진강과 드넓게 펼쳐진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 평사리들판의 황금물결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회남정(回南亭)에서 잠시 땀을 식힌 트래커들은 참나무·소나무 등으로 하늘을 덮은 내리막 숲길을 따라 악양면 등촌리 청학선사까지 두 시간 남짓 편도 8㎞를 걸었다.
아들과 함께 창원에서 왔다는 노완호(52·자영업) 씨는 “평소 산을 많이 타지만 하동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악양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회남정에 올라섰을 때는 그 풍경에 가슴이 먹먹했다”며 “내년에도 이 길을 다시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걷기대회에서는 의미있는 행사도 열렸다. 걷기대회에 앞서 윤상기 군수가 행사장 에 모인 3000여명의 참가자 앞에서 산과 강과 바다가 함께한 생명의 땅 하동을 ‘대한민국의 알프스’로 천명한 것이다.
윤 군수는 이 자리에서 “지리산이 감싸 안고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위치해 푸른 기운이 모여 있는 곳, 생명의 젖줄 섬진강이 포근한 품을 내주는 곳, 남해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신비의 땅 하동을 ‘대한민국의 알프스’로 만천하에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근대 영웅 최초로 알프스 산맥을 뛰어넘었던 나폴레옹의 불가능에 도전한 전략을 되새기며, 생명의 땅 이곳에서 ‘새로운 하동, 더 큰 하동’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식전행사로 변우민·오정태 팬사인회를 비롯해 ‘령교’의 미니콘서트, 놀이판 ‘들뫼’의 사물놀이, ‘STEP CREW’의 비보이 공연, 변우민과 함께한 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