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의 어머니입니다. 이때까지 우리 아이는 별탈 없이 잘 자라온 편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 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거든요. 요새 제 또래 엄마들을 보면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는 데 온 정성을 다 쏟고 있던데, 나는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지는 않나 하는 걱정까지 들기도 합니다.
은근히 자기 아이의 성적을 자랑하는 친구들을 가끔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정말 어디로든지 숨고 싶답니다. 아이에게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남들처럼 과외도 시켜 주고, 학원도 보내 주는데 말이에요. 아이의 성적이 나쁘다고 우울해 하는 제가 참 한심합니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 ---------------------------------------------------------------------------------------------------------------------------------------------------------------------------------------------------------------------------------------------------- 답변) 아이가 받아오는 성적표의 숫자가 높지 않을 때,“내가 아이에게 신경을 더 많이 썼어야 했나?”,“내가 엄마 노릇을 잘 못하고 있나?”,“내가 부족한
엄마인가?” 등의 생각이 어머님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녀의 공부 문제로 상담실을 찾는 많은 어머님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고, 풍요로운 환경 안에서 쑥쑥 커 나가서 앞으로 멋진 미래를 가질 수 있게 도와 주려는 것이 모든 어머님들의 마음일 겁니다.
따라서 아이가 지금 해야 할 과제를 잘 해내지 못하게 되면, 어머님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우울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지금 어머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것은 아이가 밝고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나는 것이지, 성적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불안해 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어머님께서 아이의 성적 때문에 친구들에게 아이 자랑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거나 좀더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게 된다면, 아이의 성적은 어머님의 바람과는 오히려 반대쪽으로 곤두박질치게 될 테니까요.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 달라는 마음이 제일 크더군요. 비록 지금 공부를 좀 못하더라도, 옆집 아이보다 운동을 좀 못하고 그림을 좀 못 그리더라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잠재력과 장점들을 누구보다 빨리 정확하게 찾아 내어 칭찬해 주어야 할 사람이 부모님이 아닐까요.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를 남보다 빨리, 더 능력 있게 성장시키기 위해 엄격한 엄마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이와 부모 간의 신뢰가 없이는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에 대해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가운데 하나는 ‘지금 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이 10 년 후의 아이의 모습일 거다.’라고 믿어 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날마다 시간마다, 아니 매분ㆍ매초마다 변화하고 성장해나갑니다.
조금씩 커나가는 아이를 따뜻하고 넓은 마음으로 지켜 봐 주세요. 그러한 어머님의 마음을 바탕으로 아이는 신나게 달려 나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