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남자아이를 둔 학부모입니다. 우리 아이는 영어·수학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영어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날 우리아이는 분명히 학원을 간다며 집을 나갔고 여느 때와 같이 학원을 마칠 무렵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서는 평소 아이에게 갖고 있던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고 너무나 큰 실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야단만 치게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것 같고 어떻게 아이를 다루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 답변) 평소에 별탈 없이 무난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믿어왔던 아이가 믿음을 저버린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실망스러웠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장 감정을 앞세워 야단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 인내하고 자제하신 점은 매우 훌륭한 태도였다고 봅니다.
거기에 덧붙여 고려해볼 수 있는 부분은 첫째로 아이가 학원을 빼먹은 이유가 자기 나름대로 분명히 있고 그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있으면서 자신도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말못할 사정으로 학원을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발각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려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아이가 학원을 가야 할 시간동안에 과
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그 사실을 부모님께 왜 숨기는가 입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아동기와는 달리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미숙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또한 부모를 비롯한 성인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수용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부모들이 그들의 세계나 의견을 인정하거나 수용해주지 않을 경우에 자신의 모습과 생활을 은밀하게 숨기려는 경향성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대부분의 부모들
이 자신의 자녀가 어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경우 ‘우리 아이가 그럴 줄은 몰랐다’ 혹은 ‘우리 아이만은 절대 그런 애가 아니다’라며 실망하면서 자녀의 문제행동을 우연적이고 돌발적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털어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녀들에게도 있겠지만 평소에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의 태도에도 있습니다. 자녀가 안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의 원인은 흔히 부모가 자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더 나아가 부모의 기대만을 강요하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를 벗어
나는 행동은 문제행동으로 간주되고 수용 받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게 되며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우선 자녀의 의견이나 생각이 자녀의 입장에서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해주고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그러한 의견이나 생각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지를 자녀와 함께 얘기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