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동의 없는 귀농·귀촌은 실패한다

귀농·귀촌하는 이들은 만나 보면 부부 중 남자들의 의지가 압도적으로 높다. 남자들의 귀소본능이 크게 작용하는 것인지, 가족의 생계를 주로 남자들이 지고 있다가 농업으로 직업 전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내는 수동적이 되는지 모르겠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부부가 농촌으로 이주할 때, 남편보다는 아내 쪽이 더 크게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아이들의 교육이나 쇼핑, 문화생활, 의료서비스 등을 담당하고 중시하는 쪽이 여성이라서 더 그러할 것이다.

한편 남자들은 일단 귀농·귀촌을 하겠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나서는 걱정하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나중에 결국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승부사처럼 밀어붙이는 경향도 많아 보인다. 무작정 시골집이나 농지를 알아보러 다니기도 하고, 귀농·귀촌 관련한 인터넷이나 자료나 책자를 수북이 쌓아놓고 파묻혀 보내기도 한다.

게다가 결혼해서 살고 있는 부부가 고향으로 간다고 하면 흔히 남편의 고향을 의미하듯이, 아내는 귀농·귀촌에 대해서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귀농·귀촌은 배우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무작정 밀어 부칠수록 상대방은 귀농·귀촌에 대해 더욱 마음을 닫아버려서 부부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1. 귀농·귀촌준비로 주말농장을 운영해 보는것은 피하라

흔히들 귀농·귀촌하려거든 주말농장이라도 해 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그야말로 현업에서 은퇴한 60~70대에게는 권장사항이지만, 아직 현업을 가지고 있는 40~50대는 피해야 할 일이다.

농작물을 키운다고 하는 것은 규모가 크든 작든 삽이나 괭이는 물론이고 관리기나 경운기, 분무기 같은 여러 가지 농기구나 비료, 퇴비 등등의 농자재가 필요하고, 매일 돌봐주어야 하는 것이다.

20·30평밖에 안된다고 하지만, 관리기나 경운기가 없어서 부부가 토요일, 일요일을 이용하여 삽으로 일구고 괭이로 흙덩이를 부순다면, 이미 그 단계에서 몸져눕고 스스로 지쳐버릴 것이다. 그나마도 씨앗을 뿌리는 시기가 있는 것인데, 농부들과 달리 토요일이나 일요일만 가능한 경우에는 당일 또는 수일 전, 비라도 내려서 땅이 말라있지 않다면 그마저도 못하고 결국 씨앗 뿌리는 시기를 놓쳐 버리게 된다. 마을의 농가에 부탁해서 쟁기질이나 로터리 작업을 맡길 수도 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날씨가 한참 더워지는 6~8월 동안은 잡초의 생육이 무성한 시기인데, 부부가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저녁에는 손아귀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초 뽑고 돌아왔지만, 다음 주에 가보면 작물의 키를 덮을 정도로 자라난 잡초에 두 손을 들어 본 경험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정도 되면 귀농·귀촌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배우자는 물론이고, 본인도 두 손을 들고 말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정도로 두 손 들 거라면 귀농·귀촌을 안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마라톤을 맨발로 뛰어보라고 한 다음, 도중에 기권했으니 더 이상은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그만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섣부른 주말농장 운영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할 수도 있다.

2. 농촌생활의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라

흔히들 농업하면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서 무언가를 생산해서 판매하고, 그것이 도시에서보다 소득은 크게 줄고 생활은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농촌생활은 도시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한 가치를 찾아서 귀농·귀촌하는 것이 아닌가? 가끔씩 그러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체험여행을 떠나는 것도 배우자의 마음을 열고 귀농·귀촌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산청으로 귀농·귀촌한 이태희씨 부부는 유정란을 생산하여 도시의 지인들과 회원들에게 택배 판매를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회원이 더 늘어나고 주문이 몰려 와도 더 이상 농장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일하는 사람을 고용해야 되거나 허리 한번 펼 수 없을 정도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자와 함께 그동안 살아온, 또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인생을 굽어보는 생활을 도시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렵다. 귀농·귀촌은 육체적으로는 도시에서 보다 어쩌면 더 힘들지만, 이와 같이 생활의 여유로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귀농·귀촌은 어느 시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배우자와 함께 다양한 시각에서 농업과 농촌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서로 공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3. 농업으로 돈 버는 현장을 찾아 가 보자

귀농·귀촌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나갈 정체적 소득일 것이다.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30~40대에 귀농·귀촌하면, 30~40년간은 농업에서 경제적 소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농촌정보문화센터는 2006년 전국 우수농업경영체 2,027곳을 조사하여 총263곳의 농업경영체를 선발하여 11권의 농업경영혁신 시리즈(www.lfoenter.com)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어 보던 중, 궁금증이 발생하여 그 중에서 귀농·귀촌자 출신을 세어보았더니 98명으로 전체의 37.26%에 이르렀다. 스스로 귀농·귀촌자 출신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에서 농업경영을 혁신적으로 잘했다고 정부에서 사례로 삼은 사람 중 절반 가까이가 귀농·귀촌자 출신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들의 평균귀농·귀촌기간은 14.75년이었다.

이는 대단히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대외적인 시장 개방과 안전성, 규격화, 고품질, 구매와 이용의 편리성 추구 등 대내적인 소비자의 욕구변화에 도시민 출신 귀농·귀촌인들이 보다 대응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땅만 바라보고 농사짓지 않고 시장을 바라보고 농사짓지 않고 시장을 바라보고 농업하는’ 능력이나 여건이 우수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중에는 기존의 농업인들은 시장 환경이 바뀌는 것을 알더라도 이미 형성된 기반을 어찌할 수가 없는데 반해, 귀농·귀촌인들은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다는 이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귀농·귀촌해서 산업적으로 성공한 농업인들을 찾아가 보는 것도 경제적 소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것이다.

4. 비닐하우스에서 땀으로 속옷을 적셔보자

하지만, 아무리 좋은 브랜드의 옷이라도 자신의 몸에 맞아야 입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러 지자체에서 도시민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모내기나 고추 수확도 체험하고, 비닐하우스에서 오이 곁가지로 따보거나 농가주택에서 숙식도 해가면서 농촌 생활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비닐하우스에서 땀 흘린 뒤에 적셔오는 마음의 청량제가 가져다주는 가치는 인터넷이나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한편으로는. 도시에서 막연하게 동경하던 대로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초원에서 부부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 석양의 지는 해를 바라보는 농촌만 있는 것인지, 감기 몸살로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로 되는 날도 무더운 비닐하우스에서 10시간 이상 쪼그려 앉아서 상치를 수확하지 않으면 그동안 힘들여 가꿔온 성치가 상품성이 떨어져서 팔기는 커녕 돈 주고 사람을 동원해서 버려야 하는 것이 농업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어떤 형태의 귀농·귀촌을 해 나갈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설픈 주말농장을 운영해 보는 것보다는, 이와 같이 배우자와 함께 여러 가지 형태의 농업현장을 방문하고 현장 체험을 해 보는 것이 귀농·귀촌을 할 것인지 말건인지를 결정하거나 작목과 지역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훨씬 좋은 경험이 될수 있다.


페이지담당
지역활력추진단 귀농귀촌담당 (☎ 055-880-2427)
최종수정일
2023-09-01 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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