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은 단순이사가 아닌 사회적 이민

도시민의 귀농·귀촌은 사회적 이민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방식이나 주변사람과의 관계에서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사회로의 이동인 것이다. 다른나라로 이민을 가려면 그 나라의 언어나 음식, 생활방식,매너와 예절 등 사전에 얼마나 많이 이해하고 준비했는가에 따라 마음고생을 덜하고 경제적으로도 비용을 덜 지불하고 정착할 수 있다.

농촌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집성촌을 이루고 있고, 농업이라는 특성상 일정부분 공동체 생활을 요구하고 있다.

농사일은 크게 벌리고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해도 마을 사람들이 우리 집에 일을 해 주러 안 오면 애써 농사지은 것들을 제대로 수확도 못하고 꼼짝없이 손을 놓아버려야 한다. 도시에서처럼 인건비를 더 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랬다가는 마을의 임금만 올려놓은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만다. 농촌의 사회문화적인 특성을 잘 이해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귀농·귀촌은 실패로 끝나 버릴 수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고추농사 짓는 기술을 배울 수가 없어서 실패한 귀농·귀촌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귀농·귀촌해서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이사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의 대부분은 지역사회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1.농촌은 지불장식이 다르다

어느 귀농·귀촌인이 찾아와서 ‘교수님! 농촌은 21세기의 보편타당적인 가치기준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입니다’라고 하소연 하길래 사연을 물어 보았더니, 내 돈 주고 집짓고 땅 사서 농사짓는데 동네 무슨 일만 있으며 술이라도 한 말 안 내놓나하는 압박을 가해 온다는 애기였다.

도시적 잣대로 본다면 이해 안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의 돈으로 집짓고 땅을 샀더라도 마을 어귀의 정자나무나. 잘 정비된 하천, 농지로 가는 농로, 심지어 그 지역의 초등학교까지도 알고보면, 그 마을사람들이나 선조들이 기부하거나 힘을 보태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도시에서 귀농·귀촌하는 사람은 그러한 공간에 무임승차하는 꼴이다.

도시에서는 개나리아파트에서 목련아파트로 이사갈 때 부동산에 소개비를 내면 그만이지만, 농촌으로 이주할 때는 지불방식이 도시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어차피 본인이 장에 볼일이 있어 갈 때,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장에 가는 마을 어른신을 태워다 드리고, 품일을 안 해도 된다고 치더라도 주변농가가 일손이 부족할 때는 팔 걷어 부치고 고추도 따고, 감자도 캐는 일은 물론, 상가집에도 얼굴을 내미는 등 동네의 궂은 일에도 나서야 한다. 이러한 것이 도시와는 다른 농촌사회에 진입하는 지불방식인 것이다.

2. 겸손하라!하지만, 호락호락한 사람이 되지는 마라

보통은 귀농·귀촌지역을 결정하고 집이나 땅을 알아보러 해당지역의 몇 개 마을을 주말 등을 이용해 여러차례 다니게 된다. 이 때, 마을 입구의 가게 앞마루에 동네 어르신이 앉아 있는 곳을 자동차로 휙휙 지나다니기만 했다고 치자. 안 보는것 같아도 다 들여다 보는 것이 마을사회다. 마을사람들에게 협조는 커녕, 나중에 이사를 와도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차에서 내려 소주와 안주를 사 드린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자리에 앉아서 있는 소주라도 따라 드리면서 아는 것도 물어보고, 무슨 농사짓는지 여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도시에서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녔거나. 학벌이 좋더라도 농촌에서는 초보자일 뿐이다. 겸손하게 행동하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줄 것도 안주고 당연한 것도 비틀어 받을수가 있다. 겸손한 마음가짐과 행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봐도 못 본척, 들어도 못들은 척하면 시간이 지나도 못 보고, 못 듣고, 못 말하는 사람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사사건건 따지고 들어서야 안되지만, 처음부터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겸손한 것과의 계선을 잘 생각하고 처신하는 것이 어렵지만 꼭 명심해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3.이웃을 사돈처럼 대하라

대부분의 귀농·귀촌인은 마을 사람들과 친해보려고 집으로 식사도 초대하고, 주량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면서 어울려도 보는 애를 쓰다가 지쳐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 하다. 하지만, 귀농·귀촌초기에는 이웃을 대하기를 사돈처럼 대할 필요가 있다. 사돈지간에는 서로 예절도 지키며 깍듯하게 대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다.

마음을 탁 터 놓고 있는 그대로 주고 받으면 좋겠지만, 나중에 많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서는 아주 가깝지도 않지만 멀지도 않은 사돈 같은 관계를 일정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마을의 생태계에 내가 적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천천히 보여주고 주변 사람도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서로 심하게 다투더라도 다음 날은 언제 그랬냐하는 식으로 서로 어울리고 품앗이도 나누는 경우를 보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들만의 선을 넘지 않는다는 얘기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뭔가가 있다. 굳이 해석한다면 같이 어울려 농사일을 해야 하는 농경문화의 특성이라고나 할까. 농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농사일은 내가 아무리 마력이 큰 트랙터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웃에게 삼태기라도 빌릴 때가 있는 법이다.

어차피 느리게 살자고 귀농·귀촌하는 것이 아닌가. 서두르지 말고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천천히 적응해 나가는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하다.

4.조언을 얻을 수있는 멘토나 단체를 찾아내라

귀농·귀촌교육과정 1기 수료생인 김한종씨와 현창호씨는 충남 연기에서 조경수 묘목을 재배하기로 결정했다. 조경수 묘목분야는 일반농사물에 비해 투자대비 수익이 비교적 높고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조경을 위한 나무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반 농산물에 비교하여 까다로운 재배기술 습득이 문제였다. 오이나 호박과 같은 일반농산물은 재배기술이 일반화 되고 있고,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기술 지도를 받을 수 있지만, 묘목은 개인의 가진 경험과 노하우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귀농·귀촌지원센터의 소개로 연기군의 조경수생산 영농조합 회장과 총무를 각각 멘토로 삼고 귀농·귀촌정착을 시도한 결과, 기술 습득은 물론이고 농지임대나 묘목 판매 등에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아 이제는 본인들의 힘으로 농장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들의 경우는 지역의 선도농업인과 개인적인 관계에 의해서 도움을 받을 경우지만, 현재는 정부에서 귀농·귀촌인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는 지역의 귀농·귀촌인 단체등 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초기 정착시의 외로움을 극복하거나 작목 선택이나 재배방법, 초기 투자의 시행착오를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페이지담당
지역활력추진단 귀농귀촌담당 (☎ 055-880-2427)
최종수정일
2023-09-01 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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