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지를 선택할 때는 한눈에 반하지마라

한눈에 반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지역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연애도 그렇지 아니한가? 필자는 어려서부터 우리나라만 금수강산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외국을 다녀 보니까 세계도처에 금수강산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국여행을 다니면서 느끼게 되는 것인지만, 그야말로 카메라만 갖다 대면 달력사진이 되는 그런 곳이 얼마나 많은가. 귀농·귀촌지도 만찬가지이다.

태어날 때에는 선택권이 없었고 자라서는 대학이나 직장에 맞춰서 옮겨 살았다면, 귀농·귀촌지 선택은 전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평생을 뿌리 내리고 살 곳이니 만큼 발품을 들여 전국을 다녀봐야 한다.

1.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있으면, 농사지을 땅은 없는 셈이다.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찾고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편에는 큰 산이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산 중턱에 운무가 걸려있고 가는 곳마다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은 농사지을 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행락철이나 휴가철 또는 명절도 아닌데 휴일이면 고속도로 정체가 심해지는 이유는, 도시에 있는 자식 며느리들이 부모를 찾아뵙는 행렬이라고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로 시골의 땅값이 많이 올라서 귀농·귀촌하기가 힘들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터를 잡고 그 주변의 비싼 농지를 사거나 임대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물론 도시와 별반 다를 바도 없이 읍내에 집을 구하거나 벌판 한가운데 집을 지으라는 것은 아니다. 발품을 많이 팔다보면,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터가 나오게 된다. 이 경우 반드시 고려할 것은 경작할 농지나 접근성 등 농업경영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 귀농·귀촌지 선택은 사계절을 경험한 뒤에 판단하라

어떤 귀농·귀촌인은 TV프로에 나오는 영상에 반해 앞뒤 가릴 것 없이 일단은 지역을 정해놓고 나서 정착할 마을 찾기 시작했다. 지역을 그렇게라도 결정하고 보니, 전국을 다닐 필요가 없어서 비교적 고민을 덜하고 귀농·귀촌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화장실이나 주방을 수제식이나 입식으로 수리하고 농지도 임대하여 비닐하우스도 짓고 어지간한 농기계도 구입하여 외견상으로는 귀농·귀촌 첫해에 어엿한 농업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 해 겨울을 지내고 나서는, 한여름의 시원함과 가을의 절경 다음에 찾아오는 추위와 아무리 치워도 끝없는 눈세례 속에 넌더리가 나서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고 싶은데 이제는 옮길 수도 없다고 하소연 하는 것을 보았다.

몇 해전 공무원을 하고 있는 지인이 1년간 하와이로 파견 근무를 한적이 있었다. 귀국해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남들은 평생 한번 여행도 어려운 하와이에서 가족들과 1년을 살았으니, 얼마나 좋았겠냐는 인사를 수도 없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나 가족들은 빨래를 못 말릴 정도의 모래바람과 끈적끈적한 바닷바람, 강렬한 햇살에 넌더리를 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여행이나 TV를 보는 것과 생활을 하는 것은 많이 다를 수 있다. 게다가 농업생산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귀농·귀촌의 경우는, 사계절을 경한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3.쪼가리 땅 보다는 어렵더라도 덩어리 땅을 구하라

귀농·귀촌해서 어려운 것이 농지를 빌리는 것이다. 마을사람끼리는 농지를 빌려주고 받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귀농·귀촌인에게는 좀처럼 농지를 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섣불리 귀농·귀촌인에게 땅을 빌려주었다가 잡초 투성이가 되거나 병충해로 보기 흉하게 되면, 주변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면 단위내에서는 2~3명만 같이 있어도 그중에 누군가는 저 논이나 밭이 누구네 땅인지를 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보니 귀농·귀촌인이 농지를 빌리자면 6개월이나 1년 정도 거주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농지를 빌리게 되는데, 한군데에 2천평, 3천평의 농지를 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다보니 200평, 300평 정도의 농지를 여러 군데 빌리게 되는데, 일년 농사를 짓고 나서 보면, 어떤 곳은 자갈이 많고 척박하거나 또는 가물고 물도 없거나, 심지어는 트랙터는 커녕 경운기도 못 들어가는 곳이어서 퇴비를 낸다든지 수확을 할 때, 일일이 지게로 날라야 하는 경우까지 있다.봄철이나 여름철에 한창 일을 할 때는 노임을 주고 품을 얻어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을 시키기는커녕, 이 밭 저 밭으로 간식이나 점심을 나르다가 해가 저물어 버릴 수가 있다.

필자도 예전에 잠시 귀농·귀촌을 했을 때, 멀리 떨어진 2군데 농지를 임대해서 농사를 했었는데 농약분무기나 호스 등을 자동차 트렁크나 지붕에 얹고 우왕자왕 하던 때가 생각난다. 시간이 걸리거나 임대료가 더 들더라도 덩어리 땅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너무깊이 들어가지 마라

농촌지역을 다니다, 외딴곳에 새로 지은 집은 십중팔구 귀농·귀촌인의 집으로 보면 된다. 물론 마을 내에 마땅한 빈터를 구하기가 어려운 사정도 있지만, 마을 근처 정도가 아니고, 골짜기 깊숙이 들어가는 홀로 집을 짓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진입로는 물론이고 전기, 수도, 전화는 내 돈으로 끌어야 한다. 200m는 한전에 기본요금만 내면 되지만 나머지는 고스란히 자부담이다. m당 5만원 정도 부담을 하게 되니까 거리에 따라서는 1~2천만원까지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이 경우 전화는 별도로 전봇대를 세워야한다. 전기용과 전화용 전봇대가 별도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절망하게 되어 버린다. 휴대전화는 지리산에는 되지만, 산골지역에는 안되는 곳이 허다하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전화가 되는 것은 지리산에서도 터진다는 휴대전화 회사의 전략이라는 것을 쉽지 않게 알게 된다.

또한 지하수를 사용하기 위해 관정을 파면 700만원이 훌쩍 넘어버린다. 농번기에 사람이 필요하면 자신의 차로 태우고 오고 태워다 줘야 한다.

우편물은 몰라도 택배는 마을 이장 댁까지만 배달되는 경우도 있다. 택배로 직거래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아예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 학교는 물론이고, 어쩌다 교육이나 모임이 있어서 다른 지역에라도 가게 된다면, 가족들을 산속에 두고 떠나야한다.

이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 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담장너머로 음식접시를 나누는 농촌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라.


페이지담당
지역활력추진단 귀농귀촌담당 (☎ 055-880-2427)
최종수정일
2023-09-01 14: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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