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얼마 전 현행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법’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개정한다고 밝히고 새로운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지난 95년 제정되어 실시되어 온 정신보건법은 중증정신질환의 관리와 인권보호를 위주로 만들어져 실시되어 왔으나 최근 자살, 우울증의 급증과 인터넷, 도박중독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신질환이 급증하면서 전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번 정신보건법 개정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차별 해소와 전 국민 정신건강증진정책의 본격적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특히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통해 질환의 만성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방지하고 개인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개정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시 보험가입에 부당한 차별(제한, 배제, 분리, 거부)을 가하던 보험업계의 관행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적기에 이뤄지도록 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한 예로 정신질환은 조기 발견,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환자상태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만 받으면 중증의 정신질환자로 오인될 수 있는 법 조항(정신보건법 제3조)이 있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자의 사회적 낙인을 부추긴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국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예방이라는 큰 틀에서, 입법예고된 정신건강증진법 개정안 중 특히 생애주기별 정신질환 조기발견체계 구축(안 제13조) 및 보험가입 관련 정신질환 이력 차별 금지 명문화(안 제57조)와 정신질환자의 정의를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로만 제한한 법안(안 제3조)이 포함된 점은 매우 환영받을 만은 내용이라 판단된다.
특히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의 범위가 대폭 축소되는 데 현행 정신보건법 제3조는 ‘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 중독 기타 비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진 자’를 정신질환자로 정하고 있어, 환자 상태의 경중도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과의사와 단순한 상담만 한 사람도 정신질환자 범주에 포함되는 등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 법안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정신질환자를 축소하며 정신질환 이력을 사유로 보험업법상 보험가입을 차별할 수 없게 한 점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정신건강문제의 조기발견 및 만성화 방지를 위해 ‘생애주기별 정신질환 조기발견체계’가 구축되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의료기관에의 비자발적 입원 요건이 강화되며 입원 후 최초 실시되는 입원 적정성 심사 주기도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된다.
개정안에 따라 정신건강증진법 상의 정신질환자는 입원치료 등이 요구되는 중증환자로 범위가 대폭 축소되며, 외래치료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증 정신질환자는 그 범주에서 제외된다. 특히 복지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약물 처방이 동반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상담 시 건강보험 청구 과정에서 정신질환 기록이 남지 않도록 질병 코드를 분리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력만으로 보험상품의 가입·갱신·해지를 거부하던 관행이 없어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보험 관련하여 차별행위가 발생할 경우 그것이 정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환자가 아니라 보험회사 측에서 입증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복지부는 “수면장애·우울증 등 경증 정신질환 이력만 있는 경우에도 보험가입이 거절되고 있는 불합리한 관행 개선과 보험회사의 정신질환 관련 인수기준 합리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개정안이 무조건 찬성을 받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일부에서는 입원조항(안 제36조)과 관련, 너무 복잡한 절차와 감시는 자칫 진료 위축으로 이어져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되는 바, 몇몇 조항은 입법과정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정신보건이 단순히 중증 정신질환자의 관리와 보호에 머물던 수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증진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며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단순히 법 개정으로만 머물지 않고 이를 계기로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뒤따르고, 아울러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변하길 함께 기대해 본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