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
시인은 잠이 오지 않은 밤을 이렇게 승화시켰으나 사실 잠이 오지 않은 밤을 경험하는 것은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시인 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무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즈음부터 겨울 동안 잠을 잘 못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또 이와는 반대로 자도 자도 자고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것과 같이 느껴지지요. 이렇게 겨울철 수면 리듬이 깨어지기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겨울철에는 햇빛의 양과 일조 시간의 감소로 우리의 뇌에서 생성하는 세로토닌, 멜라토닌의 분비에 변화가 생깁니다. 세로토닌은 사람의 정서를 관장하며 멜라토닌은 수면을 촉진시키고 수면 주기를 변화시키는 기능을 가지므로,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분비의 균형이 깨어지면 계절성 우울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수면 장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지나친 난방으로 침실의 온도가 너무 높아 생체 리듬에 교란이 생길 수 있고, 공기가 너무 건조하여 코, 인후 등 호흡기가 건조해져서 기도 내에 있는 섬모의 기능이 떨어져 수면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겨울철, 잠을 잘 자고 잘 일어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1. 가능하다면 아침에 일어나기를 원하는 시각 10~20분 전에 조명이 켜지도록 합니다. 서서히 밝아지면 더욱 좋습니다. 아침 시간에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잠에서 잘 깹니다. 일어날 시간이 가까울 무렵 방의 온도를 올리는 것도 우리 몸을 깨기 좋은 상태로 바꾸어 주므로 도움이 됩니다.
2. 아침 햇빛을 가능한 많이 쬡니다. 아침에는 커튼을 걷어 놓습니다. 밝은 빛은 졸음을 쫓기도 하지만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기분을 호전시킵니다. 또한 아침 햇빛은 밤에 잠이 잘 오게 도와 줍니다.
3. 아침식사를 꼭 합니다. 아침식사로 혈당이 올라가면서 신체 각 부분에 에너지가 전달됩니다. 음식을 씹을 때의 자극이 뇌를 자극하며, 음식을 씹는 것과 같은 반복운동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4. 적절한 운동은 심신의 건강 모두에 좋습니다. 하지만 운동은 각성도를 높여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취침 3시간 전에 운동을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예) 만약 밤 11시에 잠을 자기 원한다면 오후 4~5시 사이에 유산소운동을 합니다.
5. 낮잠이 필요하다면 오후 2~3시 사이 30분 이내로 눈가리개를 하고 잡니다. 낮잠에서 깰 때는 천천히 깨는 것이 좋으며 일단 깨게 되면 밝은 빛 또는 산책을 이용해서 완전히 깨는 것이 좋습니다.
6. 저녁식사는 적어도 잠들기 3시간 전에 마칩니다. 아침에는 단백질, 저녁에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취침 1~2시간 전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여 심부체온이 상승하도록 하면 목욕 후 1~2시간이 지나면서 체온이 떨어지는데 이 때 잠이 잘 옵니다. 깊은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체온이 낮아져야 합니다.
8. 일반적으로 잠옷을 입고 수면을 취하는 침실의 적정 온도는 20~22도 내외입니다. 잠자는 동안에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열기가 공급되면 잠을 설칠 수 있으므로 온돌이나 전기장판 등의 온도를 너무 높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실의 습도는 50% 내외가 적당합니다.
9. 침실은 어둡게 합니다. 빛은 수면을 시작하게 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촛불을 켜 놓은 정도의 희미한 빛도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고 하니 꼭 필요한 경우에는 타이머 기능이 있는 수면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칼럼니스트 : 임미향 전문의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