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담배가 해롭다고 하면 우리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워도 오래 살고 계신다는 둥의 이야기를 한다. 또 예전에는 영국의 처칠 수상이 그렇게 담배를 많이 피워도 오래 살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물론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 중에는 오래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단히 드문 일이다.
지금 나이 드신 분들은 대개 담배를 늦은 나이(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에 시작한 분들이다. 당시에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에는 담배가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요즘처럼 담배를 많이 피우지 못했다. 그러한 이유로 어른들은 담배를 피우고 있어도 담배의 피해를 비교적 적게 받은 분들이다.
따라서 할아버지를 보고 나도 그러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는 곧 우리 할아버지는 과거에 매일 음주운전을 했어도 사고 한 번 나지 않았다는데 왜 음주운전을 단속하느냐고 항변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음주운전을 할 때마다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과거에는 길에 차가 적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적었을 수도 있다.
청소년 때부터 담배를 피우면 그 중 절반이 50∼60대에서 담배로 인한 질병에 걸려 사망하며, 운이 좋아 사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부분은 육체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삶의 질이 대단히 낮은 삶을 살게 된다.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담배는 정신건강에 좋다는 둥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을 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담배는 정말 정신건강에 좋고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가? 대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이다.
만일 담배가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 없이 더 행복하게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담배는 육체적인 피로를 증대시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심화시킨다.
단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가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고 느끼는 것은 담배를 안 피우면 약간의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담배를 피우면 그 금단증상이 없어지게 때문에 마치 스트레스가 풀린 것으로 오인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즉, 담배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생기는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면 모를까, 원래 생긴 스트레스는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도 맞지 않는 이야기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항상 담배로 인해 병이 생기지 않을까,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즉, 많은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두려움과 죄의식을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결코 맞지 않는 이야기다.
신문기자나 문인들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담배를 피워야 글이 잘 풀리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들은 대개 처음 입사했을 때 존경하는 선배기자들의 기사쓰는 모습을 보고 닮는다. 선배기자들이 담배연기가 가득한 곳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원고지에 기사를 썼다 찢어버리고, 또 썼다가는 찢어버리는 모습이 멋있게 보여 자기도 그렇게 하는 사이에 버릇이 되고 니코틴중독에 걸리게 된 것이다.
마약환자가 마약을 복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듯이 담배를 피우지 않고 글을 올바르게 쓰기 힘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담배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야 글이 잘 써진다는 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담배를 피우면 글이 잘 써진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과거의 문호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면서 글을 쓴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니코틴중독에 걸린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말일 뿐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순한 담배를 피우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이른바 마일드, 라이트, 로우 니코틴 담배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여기서 순한 담배 또는 니코틴이나 타르가 적은 담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첫째, 담배는 똑같은데 필터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담배연기를 빨아들일 때 그 구멍으로 밖에서 바람이 들어와 담배연기를 희석시키거나 담배연기의 온도를 낮추어 타르를 액체로 만들어 휠터에 더 잘 걸러지게 만든 것이다.
둘째, 담배 속의 담배잎을 부풀려 담배개피 속의 담배양을 줄인 것이다. 그러나 담배필터에 뚫은 구멍은 대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어서 그 효과가 의심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보다 큰 문제는 원래 담배를 피우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혈액중 니코틴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에 담배 속의 니코틴 양이 줄어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를 더 깊이 들여마시든지 더 자주 피움으로써 같은 양의 니코틴을 몸 속에 넣어주게 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순한 담배를 피우면 실제로 니코틴이 적게 들어가는지도 의문이지만 실제로 적게 들어간다면 담배를 더 깊이, 더 자주 피우게 되어 결과적으로 비용만 더 들어가고 건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담배갑에 이른바 '마일드'나 '라이트'란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결국 순한 담배는 담배회사들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우롱하는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담배회사의 상술에 현혹되어서는 안 되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양담배의 질은 좋고 국산담배의 질은 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진행된 모든 검사 결과 두 가지 담배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증거는 발견된 바 없다. 단지 양담배는 광고를 잘 하고 포장기술이 좀더 더 낫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담배회사의 광고기술은 최고수준에 있고 광고비용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담배회사의 광고내용은 깨끗하고, 부유하고, 건강하고, 젊고, 아름답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모든 면에서 담배와는 정반대의 모습들이다. 이러한 광고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양담배는 질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양담배회사의 광고효과가 대단히 크다고 한다.
한편, 양담배가 더 나쁘다는 증거는 많이 있다. 양담배회사는 오래 전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니코틴중독에 깊이 빠져 있어야 담배를 끊지 못하고 오래 피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니코틴중독에 더 깊게 빠져들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두 가지 방법을 찾아냈는데 첫째는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뇌에까지 이르러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통 7∼8초 정도 걸리는데, 이 시간을 단축시키는 약물을 담배 속에다 첨가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니코틴을 2∼3배 더 많이 함유한 담배 잎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양담배를 피우면 니코틴함량이 많은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니코틴중독에 더 깊게 빠질 가능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양담배는 국산담배에 비해 더 좋은 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나쁜 점은 많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담배를 끊었던 사람이 체중이 늘어나는 바람에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또 어떤 여성은 몸을 날씬하게 유지하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는 말도 들린다. 일반적으로 흡연자의 체중은 비흡연자의 체중에 비해 평균 2∼4㎏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담배를 끊으면 평균 2∼3㎏ 정도 체중이 늘어나고 심한 경우에는 5㎏까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면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식욕감퇴와 담배의 각종 독소 중에서도 일산화탄소에 의한 만성 산소결핍증으로 인해 신진대사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렇듯 일단 담배를 끊게 되면 그 즉시 체중이 늘게 되기는 하지만 2∼3개월이 지나면 다시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곧 담배를 끊고 나서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자기의 본래 체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체중을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건강에 해롭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겠다.
시중에는 자신의 의지로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약점 아닌 약점을 이용해 "쭛쭛제품을 이용하기만 하면 100%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광고가 유행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금연보조제품들은 크게 보아 먹는 것, 패치제품, 씹는 것 등으로 나누어진다. 대부분의 광고문구가 최대의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금연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에 따르면 니코틴 패치제를 제외한 제품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로써 우선 금연껌의 경우를 보자. 대부분이 일본에서 수입된 제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그 성분은 니코틴, 비타민, 구연산 등이다. 이는 소량의 니코틴을 담배연기가 아닌 입을 통하여 넣어주는 방법이다. 효과는 있으나 오래 씹게되면 이와 턱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빨리 씹으면 니코틴이 너무 많이 나와 목이나 입안 점막을 자극하여 고통을 받게 된다. 이 최근에는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금연클리닉에서 권하고 있는 니코틴 패치제품은 어떤 것일까? 패치제는 몸에 붙이는 파스와 비슷한 것이다. 이것은 담배를 피우고 싶게 만드는 원인물질인 니코틴을 흡연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약물이 첨가되어 있는 니코틴 패치제품을 몸에 부착함으로써 담배를 대신하는 금연보조제다. 물론 니코틴 패치제품은 담배 때문에 몸 안에 축적되어 있는 니코틴의 양보다 적은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어 서서히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니코틴 패치제품들은 니코스탑, 니코덤 등이 있으며 작용원리는 유사하다. 니코틴 패치제품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되어 있고, 이는 흡연량에 따라 패치의 크기, 즉 니코틴의 양이 결정되어 있다. 하루에 1갑을 피우는 사람과 2갑 이상을 피우는 사람이 흡수하는 니코틴의 양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적은 양이 들어 있는 패치를 붙였을 경우 그 효과가 떨어지고 다시 담배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어쨌든 니코틴 패치를 사용해 보려고 마음먹었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 패치를 붙인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이때는 담배 한 개비에 들어 있는 니코틴과 패치에 들어 있는 니코틴이 한꺼번에 몸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두통, 어지럼증, 매스꺼움 등의 증세와 함께 심하면 설사나 정신착란 또는 실신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둘째, 패치를 사용하기 전에 심장병이나 고혈압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니코틴 패치제품은 말 그대로 금연하는 데 필요한 보조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패치를 붙였으니까 당연히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절대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
항상 스스로 "나는 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패치를 붙인 자리가 빨갛게 될 수도 있다. 이같은 피부발작은 쉽게 가라앉지만 되도록 패치는 팔과 같은 부위에 매일 자리를 옮겨 가며 붙임으로써 피부발작을 예방할 수 있다. 니코틴 패치를 사용할 경우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약 2배 정도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