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에 병드는 군대>“병사들 정신건강부터 챙겨야”
전문가 제언… “내무반서 일어나는 ‘왕따’현상 해결하길”
문화일보 | 박정경기자 | 입력 2011.07.06 12:01 | 수정 2011.07.06 12:11
4명이 숨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이 잘못된 해병대 특유의 악습에서 비롯된 가운데 군 사고의 원인이 되는 '불합리한 내무생활과 규율' 등 병사들을 옥죄는 문화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군사훈련 외에 병사들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집중관리와 심도 있는 상담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은 "한국 군대는 훈련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게 아니라 내무반 생활이 더 고달프다"며 "이번 사고도 생활관에서 터졌다"고 지적했다.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 역시 "군대 조직 안에서 왕따가 굉장히 심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대는 변했는데 군의 조직문화는 그대로 유지되는 데서 오는 갈등도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이번 사건을 "해병대 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닌 군의 체질이 바뀐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1가구 1자녀가 대세인 시대에 젊은 사병들은 모두 귀하게 큰 자식들"이라며 "엄한 군율, 센 훈련을 통해 병사들이 통제되는 시절은 갔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확실히 젊은 세대가 나약한 부분은 있다"면서 "훈련은 강화하되 내무반 생활에서는 자율을 주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육군 사관학교의 한 교수는 "전반적인 조직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확실한 위계질서라든가 지시에 대한 완벽한 순응, 강인함, 철저한 군기 등의 전통적 가치가 젊은 세대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 군대가 신체적 훈련만 집중할 뿐 사병들의 '정신적인 건강상태'를 돌보는 데 매우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신체적으로 아픈 사람은 군대도 안 보내면서 정신과 관련 질병은 너무 소홀히 다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도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친구인데 왕따 문제가 겹쳐지면서 폭력적으로 분출된 것"이라며 "전문적인 치료 상담 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도 군의 부족한 정신 상담 제도를 꼬집었다. 그는 "미군이 전문 상담사를 두고 심리적인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것처럼 전문적인 상담 관리 체계가 필요하고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영(정신학)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공정신학이란 학문은 군대에서 생겨난 학문으로 그런 군대에서의 정신적 문제를 치료, 해결해 다시 적응토록 하는 것이다"며 "감추고 억압해서는 안 되고 병사들의 심리 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